김치 과자 ‘김칩스’로 세계시장 공략하는 신인호 셰프
김치마스터셰프대회 수상작
입점 까다로운 코스트코 뚫고
1년만에 판매량 2배로 껑충
호주 등 해외시장 진출 본격화
“K푸드 재해석해 세계화하죠”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량은 4만7100t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액도 1억6300만달러(약 2400억원)로 최고 기록을 썼다. 쌀 가공식품, 유자, 포도 등 14개 ‘K푸드 플러스’ 품목도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차세대 한식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신인호 ‘더다믐’ 셰프는 최근 김치 부각을 현대화한 ‘김칩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인호 대표는 어느 때보다 지금 ‘한식의 한국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식이 세계로 퍼지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하고 의미 있게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맛과 건강성,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우수성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역설적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식이 세대를 거듭하며 그 시대의 삶을 반영한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고 있는 치킨이나 불닭볶음면 같은 음식도 100년 후에는 전통 음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에 대한 고수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까닭이다.
신 대표는 “과거 김장김치를 장독대에 담아 땅에 묻어 보관하던 문화가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변화한 것이 단적인 예”라며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방식을 통해 전통의 제한적인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쉬운 한식’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한식의 가치를 친숙하게 전하려는 까닭”이라며 “대중적인 음식으로 한식을 접한 이들이 그 너머의 전통 한식에 관심을 가질 때 한식의 지속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칩스는 이 같은 신념을 집약한 제품이다. 2018년 세계김치연구소가 주최한 ‘김치 마스터셰프 콘테스트’에서 김칩스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구상했다. 전통 부각 조리 기법을 활용해 영양분이 집약된 김치 국물을 온전히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또 쌀과자를 베이스로 김치전 끝부분처럼 바삭한 식감을 냈다.
대량 생산을 시작한 2022년부터 김칩스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생산한 양만 80만봉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배 가까운 성장세다. 입점에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요구하는 코스트코를 뚫은 것이 주효했다.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호주와 멕시코를 비롯한 6개 국가에 테스트베드를 설정해 반응을 보고 있다. 신 대표는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 생산 공정 도입 등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량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무김치를 활용해 김칩스를 만들고 있는데, 국물을 제외한 무는 버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무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갈아 반죽에 넣는 방식을 연구해 폐기율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이르면 5월 중 새롭게 출시할 김칩스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지면서 식감도 개선될 것”이라며 “원재료 활용도가 늘면서 생산 가격 절감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2020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전통 한식을 현대화한 메뉴를 전문으로 한 매장 ‘더다믐’을 운영한 바 있다.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국가유산청 주관으로 장 담그기에 대한 특별 강연도 맡았다.
잊힌 반찬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찬 전문업체가 늘었지만 그 종류는 한정적이라는 문제인식에서다. 특히 조리 방법이 복잡한 일부 음식은 아예 ‘고대 음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대표는 “반찬류 시장은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춰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더다믐과 별개로 한식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