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들은 자극적인 라면을 좋아합니다. 대중성을 갖춰 매운 맛을 내면서도 너무 자극적이지는 않게 제품을 만들었죠.”
칼칼하고 시원한 맛은 뼈해장국과 비슷하게도 느껴졌다. 국물 색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박홍엽 농심 면개발팀 연구원의 설명대로 신라면보다는 매웠다. 레트로 디자인을 내세운 포장과 달리 분명히 ‘요즘 제품’ 이었다. 출시된 지 5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농심라면’ 얘기다.
23일 서울 동작구 농심 도연관 조리과학실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1975년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맛과 품질에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입혀 제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50년 전 라면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당시 들어오던 원료를 지금은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만 해도 원물의 품종과 재배 조건에 변화가 생긴다. 박 연구원은 “어려웠던 시절 먹었던 옛날 제품과 달리 기술이 발전한 지금의 라면은 맛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깊고 깔끔한 국물과 함께 쫄깃하고 탄력있는 면발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제품과는 달리 면에는 쌀이 2.9% 들었다. 깊고 시원한 소고기 국물 맛은 한우와 채소로 구현했다. 양념스프는 파·고추가루·액젓으로 만들어 얼큰한 감칠맛을 냈다. 후첨 분말이 칼칼한 마늘과 고추 향을 더한다. 핵심 재료인 소고기와 쌀은 국내산을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50년전 원본 제품엔 없던 특징들이다.
농심라면은 회사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50년 전 처음 출시됐을 당시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8년 이전까지 롯데공업주식회사였던 사명을 현재의 농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을 정도다.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신라면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1990년 단종됐다. 농심이 신라면 외에도 스테디셀러를 여럿 배출하면서 어느새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제품이었다.
농심라면 외에도 회사 측은 상반기 중 2개 제품의 재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부의 마음’이라는 사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맛있는 음식으로 주변과 따뜻한 정을 나누자는 의미를 담아 농심라면을 다시 선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