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27년 전 수사 검사 고발···“증거물 조작 밝혀졌으면”

2025-12-03

대구에서 27년 전 발생한 이른바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의 재수사를 촉구(경향신문 8월1일자 21면 보도)하는 피해자 유족이 수사가 미진했다며 과거 담당 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최근 A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대구지검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검사는 2013년 해당 사건의 재수사가 진행될 당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 사건 피해자 고(故) 정은희씨의 아버지인 정현조씨(77·사진)는 지난 9월초 A검사의 혐의점을 증명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검토 끝에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씨가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송치가 이뤄졌다.

정씨는 A검사가 재수사 때 증거를 조작하는 등 부족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 탓에 피고인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검찰은 숨진 피해자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스리랑카인 B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성폭행 가능성은 있으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B씨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2017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씨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통령비서실 및 국민권익위에 재수사 실시 및 공소시효 폐지 등의 내용을 담아 민원은 접수했다. 이 민원은 지난 7월 대구지검에 이첩됐다.

관련 서류에서 그는 수사기관이 부족한 수사로 교통사고를 단정해 사건을 묻히게 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러한 공권력 피해에 대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수사를 통한 증거 불충분, 공소시효 및 재판 종료 등을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검찰측은 정씨에게 “여대생에 대한 강도 부분은 증거 불출분으로, 성폭력 관련 부분은 공소시효 경과를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며 “별건인 무면허운전과 강제추행만이 유죄로 인정돼 확정된 사실이 확인되므로 본 건은 종결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검찰이 수사에 급급해 증거물을 조작했으며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면서 “공소시효만을 이유로 과거 잘못된 부분을 묻어서는 안 된다. 검찰도 공직자인 만큼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딸 은희씨는 1998년 10월17일 새벽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갓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은희씨가 23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단순 교통사고라고 결론냈다.

유가족은 시신 발견 지점과 30여m 떨어진 곳에서 은희씨의 속옷을 발견하는 등 증거를 확보해 강간살인사건이라고 주장, 강하게 재수사를 요구했다. 정씨는 수사기관과 법원 등 사회 각계각층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재판을 거쳐 최종 패소했고, 유족은 2017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1년 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수사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정씨는 최근 재수사를 촉구하며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