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두피·모발 유지하려면
피부 질환, 곰팡이 증식이 비듬 악화
새치는 유전적 영향 크고 과로 피해야
원형 탈모는 재발률 높아 만성화 조심

요즘 현대인들이 얼굴·체형 못지않게 신경 쓰는 신체 부위가 머리다.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벗어 던진 봄철엔 두피와 모발 상태가 두드러진다. 어깨에 비듬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새치가 군데군데 삐져나오진 않았는지 자꾸만 의식하게 된다. 겨울보다 자외선이 강해지면서 머리카락 사수에도 안간힘을 쓴다. 봄철엔 머리에서 분비된 피지와 대기 오염물질이 만나 모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두피와 모발에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때다.
두피의 각질 덩어리비듬

봄철엔 두피 질환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환절기의 건조한 날씨와 큰 일교차가 피부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비듬이다. 비듬은 두피에서 각질 세포가 쌀겨 모양으로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다. 비듬은 대략 성인의 절반이 경험하지만, 일상적인 샤워나 샴푸로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병적일 때다. 지루·접촉 피부염이나 건선, 아토피 습진 같은 피부 질환이 있을 때 비듬이 심해진다. 말라쎄지아 같은 곰팡이가 과도하게 증식해도 비듬이 악화하고 가려움증을 심하게 느낀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말라쎄지아가 두피의 피지를 분해하면서 올레산이란 부산물을 생성한다.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유발돼 머리가 가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샴푸형 비듬 치료제는 각질 세포를 정상화하고 곰팡이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머릿결과 두피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주 2~3차례만 쓴다. 머리를 감을 땐 손톱 끝이 아닌 손가락으로만 문질러 거품을 내야 한다. 손톱으로 비듬을 억지로 긁어내면 후련하게 느낄지 몰라도 두피에 상처가 나 염증이 심해질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최 교수는 “비듬 전용 샴푸를 써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피부과를 찾아 비듬의 원인 질환을 찾은 뒤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새치

교사 김모(45)씨는 30대 때부터 새치로 골머리를 앓았다. 학생들이 “선생님, 흰머리가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물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처음엔 눈에 보이는 대로 족집게로 뽑았다. 그러나 새치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고 머리숱마저 줄어 포기했다. 40대가 되어선 염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염색해도 보름만 지나면 흰머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김씨는 “염색을 자주 해 두피와 모발이 손상될까 봐 걱정된다”며 “흰머리를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새치는 나이가 젊은 데도 부분적으로 흰 머리카락이 나는 경우다.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다. 가족력 외에도 스트레스나 과로, 영양 불균형이 있을 때 새치가 난다. 그렇다고 새치를 뽑아 버릇하면 있던 머리카락마저 잃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새치를 반복해서 뽑다 보면 모낭이 손상돼 그 자리에 영구적인 탈모반(모발이 빠져 점처럼 보이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머리카락을 뽑는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자극을 받아 모낭염이 생기고, 머리카락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사실 흰 머리카락을 검은색 모발로 되돌리긴 어렵다. 새치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뽑기보다 가위로 짧게 잘라주거나 염색하는 편이 낫다. 다만 염색약에 자주 노출되면 주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에 따른 접촉 피부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염색 과정에 쓰이는 암모니아와 과산화수소는 모발을 손상하고 얇아지게 한다. 그러니 염색한다면 암모니아와 PPD가 없는 저자극성 염색제를 쓰고, 2개월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는 게 좋다. 염색한 뒤 두피가 가렵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첩포검사를 받도록 한다. 원인 추정 물질을 신체에 붙여 반응을 살피는 검사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로이드제 등으로 치료해 색소 침착이나 흉터가 남지 않도록 한다.
모발 가늘어지고 빠지는 탈모

탈모는 남녀노소 모두의 고민거리다. 예전엔 탈모라고 하면 주로 중노년층의 남성형 탈모(대머리) 형태를 떠올렸지만, 요샌 여성이나 어린이도 탈모로 고생한다. 남성형 탈모증은 대머리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서 20~30대부터 모발이 점차 가늘어진다. 이마가 M자 모양으로 넓어지고 정수리 부위에 탈모가 진행된다. 여성형 탈모증은 이마 위 모발 선은 유지되지만, 머리 중심부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특징이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초기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많이 진행된 탈모는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 이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주변에서 가장 흔히 겪는 건 원형 탈모증이다. 원형 탈모증은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어떤 이유로 면역 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면서 염증을 일으켜 탈모를 유발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원형 탈모증은 재발률이 높고 일부에선 만성화하거나 탈모 범위가 넓게 퍼질 수 있다”며 “특히 ▶어린 나이에 발생한 경우 ▶탈모 범위가 넓은 경우 ▶눈썹·속눈썹·체모까지 함께 빠진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갑상샘 질환, 백반증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을 동반한 경우 ▶1년 이상 지속한 경우에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경증이라면 대개 스테로이드제로 잘 회복된다. 자연 회복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전체 모발의 50% 이상이 빠지는 중증일 땐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보통 병변 주변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주사 치료를 시도한다. 탈모 범위가 넓거나 급성으로 악화한 경우엔 단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도 한다. 최신 치료법은 JAK 억제제다. 면역·염증을 조절하는 야누스 인산화효소(JAK)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김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은 원형 탈모증의 재발을 줄이고 치료 반응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며 “단백질과 철분, 아연, 비타민D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