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플’, 익명 기반 채팅 플랫폼으로 MZ세대의 외로움을 해결
– 채팅으로 만드는 콘텐츠화…방장 중심 운영과 ‘도큰’ 수익화 모델로 차별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간한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률은 66.4%에 달한다. 특히 20대는 91.0%, 30대는 85.5%로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소통하지만, 과도한 비교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기존 SNS의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채팅 플랫폼 ‘도플(Dople)’이 주목받고 있다. 도플은 SNS 본연의 가치인 소통을 통한 외로움 해소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익명성을 보장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다. 타 SNS와 달리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롭다.
“채팅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접근하기 쉽고 활용하기 편한 도구입니다”
도플은 소위 ‘인싸’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루시드랩은 일상적인 채팅을 하나의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이런 특별한 채팅 플랫폼 도플을 개발한 배경에 대해 루시드랩의 윤진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외로움을 해소하는 가상현실
윤 대표는 네이버에서 E스포츠 서비스를 기획하고, NC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의 총괄 디렉터를 역임하면서 인간 관계의 파편화 현상에 주목했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전 국민이 몇 달 동안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앨범을 구매하는 대중문화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의 취향을 고수합니다. 핵가족화와 함께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이러한 외로움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라고 도플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 SNS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도플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블로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블로그와 달리 구어체를 사용해 더욱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 방장 중심의 익명 기반 채팅 플랫폼
2023년 5월에 출시된 도플은 채팅을 콘텐츠화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블로그나 브이로그처럼 일상을 기록하되, 채팅 형식으로 표현하는 ‘챗로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메신저나 SNS와 가장 큰 차별점은 익명성과 방장 중심의 운영 방식에 있다.
일반적인 메신저가 실명을 기반으로 지인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면, 도플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낯선 이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윤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처럼 완벽한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고, 블로그처럼 정제된 글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익명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죠”라고 강조했다. 거기에 ‘도찌’라는 AI 도우미가 있어 채팅하기에 부담이 없다. ‘도찌’는 방장에게 대화 주제를 제안하며 지속적인 소통을 돕는다. 도찌 도입 이후 일평균 채팅량이 37% 증가했다.
도플은 오픈채팅과 유사하지만 누구나 방장이 되어 채팅방을 개설할 수 있다. 방 제목, 주제, 태그, 입장료 형태(무료 또는 유료)를 설정하면 채팅방이 생성된다. 입장객의 성별과 연령대도 지정할 수 있다. 모든 방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열람하고 참여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직접 방을 만들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방에 참여하거나 구경할 수 있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맞춤형 채팅방이 추천된다. ‘나만의 꿀팁 공유방’, ‘패션 인플루언서의 데일리룩 팁방’, ‘웹소설 지망생의 하루’, ‘마케팅 트렌드 인사이트 공유방’, ’20대의 일기’ 등 다양한 주제의 방들이 운영되고 있다. 채킨방들은 일시적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도 한다.
콘텐츠 아카이빙 기능도 있다. ‘하이라이트’ 기능을 통해 채팅, 사진, 영상을 별도로 스크랩할 수 있으며, 채팅 내용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AI 모먼트’ 기능도 있다. 이를 통해 의미 있는 대화를 한 장의 이미지로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다.
현재 도플 이용자의 83%가 1020대 여성이며, 전체 이용자의 절반이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신규 가입자의 15%가 채팅방을 개설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7,559개의 채팅이 발생한다. 윤 대표는 “콘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우리의 목표가 잘 실현되고 있습니다. K팝, 직장 생활, 일상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 대표는 일반적인 소셜 플랫폼보다 3배 높은 리텐션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진입장벽이 낮고 부담이 적으며, 완벽한 사진이나 글쓰기 실력이 필요 없는 익명성 기반의 특성이 이러한 성과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성으로 인한 부작용은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모든 콘텐츠가 공개되어 있어 부적절한 내용은 즉시 차단되고 신고된다. 또한 수익화와 연결되어 있어 제재를 받으면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므로, 건전한 소통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신고와 차단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커뮤니티의 자정 작용도 활발하다. 이용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과시적인 행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루시드랩 측의 설명이다.
■ 콘텐츠 크리에이팅의 핵심은 수익화…’도큰’으로 수익 발생
윤 대표는 “콘텐츠의 근본은 수익화에 있습니다. 수익 창출 방안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이 어렵죠”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도플의 수익모델은 ‘도네이션’ 시스템이다. 채팅방에서 ‘도큰’을 선물할 수 있다. 1도큰은 100원이며, 환전 시 20%가 수수료로 차감된다. 윤 대표는 “유튜브 시대 이후로는 무보수 콘텐츠 제작이 사라졌습니다. 개인의 재능이든 무엇이든, 콘텐츠 제작에는 반드시 수익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라면서 일반인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망했다.
루시드랩은 향후에 이용자들의 관심사 정보를 활용한 광고 모델도 도입할 예정이다.
■ AI로 진화하는 도플
루시드랩은 올해 채팅 외에도 다양한 미션과 보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출석 체크, 랜덤 매칭 등의 기능을 추가하고, 이용자 간 추천 시스템을 통해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또한 모든 채팅방이 공개되어 있는 현재 구조를 보완하여, 내향적인 이용자들을 위한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도 준비 중이다.
AI 기술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진정한 친구처럼 느껴지는 인간적인 AI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맞춤형 정보 처리가 필수적입니다. 인간의 외로움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를 통해 해소되지만, 대체 수단도 필요합니다.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의 ‘도찌’를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라며 윤 대표는 AI가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친구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으로 성장”
윤 대표는 “일반적으로 콘텐츠 플랫폼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7년이 소요됩니다.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고 플랫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죠. 이제 도플만의 페르소나가 자리잡았습니다. 우리의 주 이용자는 이른바 ‘인싸’가 아닌 내향적인 젊은 여성들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구경만 하던 이들이 이곳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눕니다”라고 설명했다.
루시드랩은 신한벤처투자,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총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에는 AI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SK 텔레콤과 하나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2기’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최근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히키코모리’ 문화가 발달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시장이다.
윤 대표는 “루시드랩이라는 사명은 자각몽을 뜻하며, 각자의 공간이 있지만 친구를 사귀려면 도플에 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친구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이 되는 것, AI든 사람이든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기업이 되는 것이 루시드랩의 비전입니다”라고 밝혔다.
도플은 채팅이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나아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소통’과 ‘자기표현’을 AI 기술로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루시드랩의 혁신적인 시도가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