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란스발주 요하네스버그 샤프빌. 수천 명 흑인이 경찰서 앞에 모였다. 흑인차별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흑인들은 평화적으로 시위에 나섰으나 경찰은 총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비무장한 시민들을 진압하고 해산시켰다. 시위대의 희생은 컸다. 69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샤프빌 학살(Sharpeville Massacre) 전말이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본래 분리나 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카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을 뜻하는 말로 널리 알려졌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강고하다. 그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이어진 백인들의 수탈과 착취, 그리고 결국은 영국령 식민지가 되어야 했던 고난의 역사가 있다.
남아프리카의 비극은 15세기 무렵 유럽의 대항해시대부터 시작됐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 백인들이 들어와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노예로 삼아 약탈했으며, 1795년에는 케이프타운이 영국군에게 점령당하면서 영국령 식민지가 됐다. 네덜란드계 백인들과 영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에서는 영국이 승리했으나 수적으로 우세한 네덜란드인들을 장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영국은 네덜란드인들과 타협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인종차별정책이다. 백인은 특권을 보장받지만, 유색인종은 철저히 차별당하는 이 정책으로 원주민 흑인들은 소외당하며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빼앗기고 빈민층으로 전락했다.
50여 년 동안이나 시행됐던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국제사회의 맹렬한 비판과 배척을 받으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넬슨 만델라 정부 때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으나 이 정책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지난 3월 2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부끄럽게도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각한 국가로 지목되어 있다. 지난해 한 미국의 언론사가 전 세계 89개국을 대상으로 세계 인종차별적 국가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5위. 이란 벨라루스 바레인 미얀마 다음 순위다. ‘포괄적 인종차별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유엔의 권고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156만여 명. 지난해 통계청은 이들 중 17.4%가 차별대우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은 늘고 있고,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한 축이 된지도 오래지만 인종차별의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곳곳에서 불거진다. 들여다보니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 그 과제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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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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