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정부에 맞서는 Z세대, 해적기를 드는 이유는?

2025-10-20

애니 ‘원피스’ 보고 자란 청년세대

‘불의에 저항·도전’ 상징으로 활용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해적기)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권위에 맞선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피스>는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해적단이 억압적인 ‘세계정부’에 맞서 자유로운 바다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의 해적기엔 밀짚모자를 쓴 해골 뒤로 X자 뼈가 그려져 있다.

올해 해적기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을 때였다. 이어 네팔에서 기득권층 세습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로 촉발된 시위 현장,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프랑스와 남미 페루,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 속에 해적기가 등장했다.

스티비 수안 호세이대 교수는 “주인공들이 불공정한 시스템에 도전한다는 내용이 부패한 정부와 싸우려는 시위의 구도와 이어진다”고 19일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해적기가 상징하는 저항정신이 시위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문화 코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원피스> 누적 발행 부수는 5억1000만부에 달하며, 이 중 1억부 이상이 해외에서 발행됐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플랫폼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로 확산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마다가스카르 시위에 참여한 26세 청년 카이는 “Z세대 대다수처럼 나도 <원피스>를 보며 자랐다”면서 “이 깃발(해적기)은 우리 세대의 상징”이라고 AFP에 말했다. 네팔 카트만두포스트 관계자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시위에서 이 깃발(해적기)이 게양된 데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해적기가 SNS에 게시될 경우 시위 장면을 ‘밈’처럼 만들어 전파성이 커진다는 특징도 거론된다. 또 현실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상징보다 추상적·은유적이기 때문에 검열은 물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해적기를 내건 시위대에 대해 “그들은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로 연결돼 있으며, 대중 서사와 반체제 정치를 결합해 이미 최소 두 개의 정부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라킵 하미드 나익 조직증오연구센터 대표는 “우리는 디지털·팝·게임 문화의 영향 아래, ‘공통 언어’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직화의 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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