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진단·개조 중소기업 위카모빌리티의 정태영 대표는 올해 캄보디아 시장 진출을 계획했지만, 최근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렸다. 현지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파견한다는 계획도 우선 접었다. 정 대표는 “캄보디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투자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치안이 우려되니 한국에서도 (캄보디아로) 가려는 직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으로 현지 진출 계획을 세우던 중소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확대로 수출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신흥시장)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었지만, 최근 불거진 사건으로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진출을 전면 재검토하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캄보디아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연말부터 캄보디아와 본격적으로 협력 사업을 추진하려다 분위기가 위축돼 현지 연락 사무소를 잠정 폐쇄했다”며 “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현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캄보디아에 진출할 만한지 대해서 회의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동남아 신흥국 중 국내 기업이 주요 진출국으로 꼽는 곳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노동력, 저렴한 인건비 등의 장점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캄보디아의 경제성장률은 5.5%로 아세안(ASEAN)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캄보디아의 중위 연령(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중앙에 있는 연령)은 27.9세로, 한국(45.5세)이나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31.8세), 방글라데시(29.6세)보다 젊다.

한국은 캄보디아의 누적 기준 2위 투자국으로, 최근에는 투자 규모가 감소했지만 2020년에는 9억3300만 달러(1조3267억원)로 역대 최대 투자금액을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캄보디아 수출액은 지난해 4억4400만 달러(약 6313억원)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억300만 달러(약 5730억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캄보디아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규모도 같은 기간 3500만 달러(약 498억원)에서 6800만 달러(약 967억원)로 약 94% 늘었다.
특히 최근 미국 관세 부과 영향으로 정부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신흥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은 미국발 관세에 대비해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시장 다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범죄 사건이 불거지면서, 중소기업의 동남아시아 공략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캄보디아에서 17년째 글로벌 회계법인 바른을 운영 중인 이상엽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들로부터 월평균 10건 정도의 현지 투자 문의가 있었지만, 최근 범죄 사건 이후 문의가 줄어든 추세”라며 “현지에서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 유통·서비스 기업을 향한 반한 정서 확산 조짐도 보여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재외공관과 연락하고 수출센터를 통해 현지 한국 중소기업의 피해 현황을 파악 중이나 아직 신고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매장 3곳,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이마트24 점포 7곳 등 국내 유통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해당 기업들의 경우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및 가맹사업 운영권을 제공해 현지 인력으로 운영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진출해 있어 매출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 1명이 주재원으로 나가 있지만 피해 상황은 없다고 전달받았다”며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글로벌 회계법인 ‘SM’을 운영 중인 양성모 대표는 “캄보디아 내 일부 범죄단지 피해를 우려해 국내 기업의 신규 진입 고민도 커진 것 같다”며 “정부·유관기관과 논의하며 현장 검토 후 안전하게 투자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