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이미지 노리는 시진핑, 독일서 저서 출간

2025-10-15

미·중 무역전쟁이 해상 분야까지 번진 가운데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다자주의 관련 발언집을 영문으로 출간하며 국제 여론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본인을 국제질서의 새로운 리더로 내세우려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주독중국대사관 등은 지난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진핑: 국정운영을 논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 제5권 영문판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책에는 시 주석이 2022년 5월 27일부터 지난해 12월 20일까지 발표한 보고서·연설·강연 등이 수록됐다. 앞서 발간된 1~4권도 영어·프랑스어 등 다국어로 번역됐으며, 1권은 지난 2015년 한국어로도 번역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5권은 시 주석이 개 서방 시장경제 체제의 대안이라고 내세우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하에서의 중국의 발전과 세계에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신화통신은 “이 책은 중국이 세계에 가져다주는 혜택과 기회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함양한다”며 “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은 책이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올 들어 본인을 다자주의 질서의 새로운 리더로 포장하는 작업에 공들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일대일로 등 자국 주도 국제기구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에 매력공세를 펼치는 것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엔 등 기존 국제질서에서도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 열린 유엔총회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가 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 주석은 바로 다음날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고점 대비 최대 10% 감축하겠다’고 고 선언하며 ‘다자주의 수호자’로서의 중국의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시 주석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최대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한 직후에 나와 더욱 시선을 끌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무차별적인 고관세 드라이브로 동맹국은 물론 적대세력 모두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자신이 글로벌 거버넌스 중심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시 주석의 글로벌 리더 굳히기 행보는 연말로 갈수록 더욱 과감해질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세기의 담판’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최근 며칠 새 희토류 수출 규제, 미국 선박 특별항만세 부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APEC을 불과 보름 가량 앞두고 대미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희토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중국에 10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증시가 휘청이자 하루 만에 “존경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잠시 실수했을 뿐”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FT는 전직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후퇴를 ‘메가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고 평가하며 “시 주석이 타코를 정확히 꿰뚫어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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