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시 서울 강남 집값이 문제다.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신속하고 빠른 해법은 없다. 그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들이 생산을 늘리고, 이렇게 되면 가격이 다시 안정세를 찾는다. 이게 바로 경제 원리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집값이 오를 때가 더 많은 공급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 더 높은 분양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아지고 추진이 빨라질 수 있다. 물론 아파트를 단시일에 지을 수는 없는 만큼 시장이 과열됐을 때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이 뒤따르지 않으면 주택 시장을 안정화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9·7 대책에서 공급 확대를 제시했지만 한달여 만에 10·15 대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시장은 정부의 공급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재건축 촉진하는 역발상이 필요
재초환 등 사업 막는 규제 철폐를
오피스텔·빌라도 충분히 지어야
현재 서울 요지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밖에 없다. 지난달 여당 일부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재건축·재개발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규제를 풀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공급 대책을 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물론 아파트를 빵처럼 공급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공급이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당시엔 있던 ‘빵 공장’도 가동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같다. 더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집값이 하락 국면에 들어서면 사업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최근의 급격한 집값 상승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 시점에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은 계속 이어진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정부의 규제로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고, 다음번 상승기가 오면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 가격만 높아져 있을 뿐이다.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나. 일부 규제는 하더라도 시장의 기본 원리를 거스르면 안 된다. 분양가 상한제나 이주비 대출 규제 같은 것도 완화해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른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오피스텔 등의 공급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9·7 대책의 정부 자료를 보면 수도권의 비아파트(오피스텔과 빌라 등) 착공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10년 평균이 6만9000가구인데 지난해엔 1만4000가구에 그쳤다. 오피스텔은 공동시설 설치나 동간 간격 등 각종 기준이 아파트보다는 덜 엄격하다. 바닥난방 제한 규정도 많이 풀렸다. 공사 기간도 훨씬 빠르다. 자신이 원하는 곳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 어렵다면 근처의 오피스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주거 사다리라는 것이 돈을 모아서 조금씩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가.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다.
물론 이런 대책은 정부와 여당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요 억제로 눌러 놨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수도 있고, 재건축 소유주 등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겠지만 이는 전체적인 세제 형평성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다.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세금 제도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집값이 안정화하거나 떨어졌을 때 그 세금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집과 관련된 세금인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것인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똘똘한 한 채’와도 관련이 있다. 1가구 1주택에 세제 혜택을 몰아주고, 상대적으로 싼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에겐 불이익을 주는 현 구조는 불합리하다. 장기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 현재 1주택에 주어지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공제율 80% 중 보유 요건이 40%, 거주 요건이 40%이다. 실거주 없이 단순 보유한 기간까지 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청약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현재의 청약가점제는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중산층의 주택 구매를 미루게 한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강남권에선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아파트까지 등장한다. 정부의 역할은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지 로또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과거처럼 채권 입찰제를 실시해 정부가 환수한 자금을 임대주택 건설에 쓰는 게 보다 명분이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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