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연 몇 급지입니까? 온라인에는 주거 계급도가 나돌아다닌다. 이른바 서울시나 경기도 ‘급지 분석’이다.
강남·서초구는 1급, 동작·강동구 6급, 금천·강북·도봉구 10급…. 한눈에 들어오게 서울 25개 구나 경기 시·군을 1~10급으로 갈라치기 해놓았다. 경기도는 과천·판교 1급, 고양·김포는 6급 등으로 칼질을 그어놨다.
참으로 작위적인 데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분류다. 한편으론 현실의 격차를 얼추 반영한 것이어서 씁쓸하다.
“이제는 ‘학벌’보다 ‘집벌’이다. 점수보다 평수로 신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작금의 세태를 압축하는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의 지적이다. 하필 ‘부자 옹호당’이라 비판받아온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의 지난달 28일 청년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 사회를 주무르는 대표선수들은 몇 급지에 위치할까. 일례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경우를 보자. 2013년 강남 개포주공 1단지를 8억5000만원에 샀는데, 재건축 후 지금 시세가 50억원 가까이한다. 12년 동안 그가 이 집의 가치를 올리려고 한 일은 뭘까. 내 짐작에는 대출금 이자 갚기 외 딱히 없을 것 같다. 40억원 이상은 수도 서울, 강남의 가치가 뛴 덕에 덩달아 오른 셈이다. 그래서 사실 그에게 ‘죄’는 없다.
‘이 집에 세금을 대체 얼마를 매겨야 할까’가 논란의 본질이 돼야 마땅하다. 실거래가는 50억원이지만, 공시지가로는 30억원 정도로 뚝 떨어진다. 일단 여기서 ‘세금 펑크’가 대거 일어난다. 즉 20억원어치는 그저 눈감아주는 꼴이다. 세금 구조는 좀 복잡한데, 대체로 1가구 1주택자의 50억원 아파트면 재산세, 종부세 등을 더해 연간 세부담은 총 1400만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에도 역시나 세금 정책은 밀렸다.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등을 앞세웠으나 거센 역풍 때문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책은 효과가 일시적이고, 공급책은 하세월이다. 핵심 해법은 세제다. 그런데도 여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눈 딱 감고 딴청을 피운다. 엊그제 야당 때와는 딴판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밖에 투기판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회의적이다. 차라리 보유세는 완화하고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는 쪽이 어떤가. 부동산 투기에 목매는 한국 현실을 바로잡을 첩경은 이것밖에 안 떠오른다.
팔아서 이익 남긴 것도 없이, 나라가 40억원 이상을 올려줬는데 소유자가 왜 세금을 왕창 내야 할까. 삼성전자 주식을 수십억원어치 가졌다고 누가 세금을 내나. 게다가 보유세 강화는 전월세에 전가될 위험이 높다.
집은 끝내 자식에게 물려주든, 누군가에게 처분하게 돼 있다. 소득이 발생했을 때 세금 물리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집값 상승분 중에 이자 비용과 물가상승률 등을 덜어내고 남는 걸 대거 환수하는 방안을 고려해보자.
팔아도 이문이 별로 안 남는다면 누가 눈에 불을 켜고 투기를 하겠나. ‘2년 실거주 때 양도세 면제 또는 대폭 감면’도 논쟁거리다. 실거주 요건을 아예 없애거나, 10년 이상으로 하는 등 기준을 수정하길 바란다. 몇년을 살았든,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는 건 공화국의 기본 원칙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취·등록세인 거래세는 확 낮추거나 없애라. 일반 보유세도 지금보다 더 낮춰도 된다. 그 대신, 40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는 별도의 부유세를 고려해볼 수는 있다. 비유컨대, 람보르기니에는 부유세를 붙이고, 순금 번호판을 달아주면 더 빛날 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초부자들에겐 자랑스러운 징표다. 반면 제네시스에도 이런 건 영 폼이 나질 않는다.
실용정부답게, 이재명 대통령의 영도력으로 지난 정부들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소신껏 밀어붙이길 응원한다. 또한 다주택자, 2030 세입자, 갭투자자, 인서울이 꿈인 지방인 등과 ‘부동산 타운홀 미팅’을 통해 끝장토론을 해보길 제안한다.
‘코스피 5000’ ‘20만전자’ ‘100만닉스’로도 아이를 더 만들긴 힘든다. 나아가 주식 활황의 종착역에는 무엇이 기다리겠는가. 그 목돈은 끝내 강남 아파트 담장을 넘으려 들 것이다. 주전선은 ‘가장 확실한 투자처’가 돼버린 부동산, 집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 삼수생’이다. 두 차례 낙방(정권교체)의 쓴맛을 안다면 또 실책을 되풀이해선 곤란해진다. 삼수까지 망치면, 그건 불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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