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신설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추계위를 통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지 못할 경우 현행 법령에 따른다는 내용의 부칙을 추가했다. 대신 대학 총장이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의료계 반발을 샀던 부칙은 삭제했다. 추계위 독립성 보장, 위원 구성 관련해서도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추계위 설치법안(보건의료인력지원법·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의 정부 수정대안을 마련해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17일 제출했던 정부안에서 크게 3~4가지 쟁점을 다시 수정했다.
앞서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에 관해 ‘추계위를 통한 결정이 어려운 경우, 대학의 장이 모집인원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안 부칙에 담았으나, 이번 수정안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다. 의료계는 해당 부칙이 정원을 조정할 정부의 책임을 대학에 미루는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대를 표한 바 있다.
새로운 수정안에서 정부는 추계위를 통해 내년도 정원 결정이 어려울 경우 현행 법령에 따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 4월 15일까지 추계위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인력 양성규모가 결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고등교육법 제34조의5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해당 고등교육법 조항은 입시제도 변화를 시행 4년 전에 공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따르게 되면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00명 증원이 유지된다. 의대 증원 상황을 잘 아는 교육계 관계자는 “해당 법령은 ‘대입 4년 예고제’에 관한 것으로, 이 법령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5058명(기존 3058명+2000명)으로 정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정갈등을 해소하려는 정부 움직임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같이 실제 모집인원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정부는 각 대학에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 모집을 허용해 실제 의대 증원 규모는 1509명으로 줄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대입전형 시행계획 공표 기한을 변경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작년에도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정원을 조정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그런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우선은 추계위를 최대한 빨리 구성해 4월 15일까지 조정해보고, 안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추계위 법안의 다른 쟁점에도 의료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앞서 정부는 추계위를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두고자 했지만, 그럴 경우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료계 반발에 대안을 마련했다. ‘의료인력양성위원회’(인력위)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직종별 추계위를 둔다는 구상이다.
추계위 전체 위원 수를 15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같은 공급자 단체(의료인력·의료기관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과반인 9명이 되도록 했다. 수요자 단체 추천 4명, 학계 추천 3명은 유지했다.
다만 의협은 추계위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구이자, 최종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정부 수정대안이 국회 소위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설되는 인력위도 복지부 장관 소속이라는 점에서 의협이 반대 의견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복지위는 새로운 정부안을 논의할 법안소위 개최를 27일로 조율 중이다. 소위 관계자는 “의사·환자 단체 등의 이견이 큰 상황에서 처리를 강행하기 어려워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