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구하러 갔더니 면접 보래요"…'9년 전세법'에 집주인들 '임차인 면접제' 청원

2025-11-24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 취업한 A씨(28)는 통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강남권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주인은 회사와 직무는 물론 부모와 동생의 직장 정보까지 자세히 물었고, A씨는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집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집주인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간단한 면접 절차까지 거친 끝에 보증금 1200만 원, 월세 70만 원이라는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조건으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가 이른바 ‘전·월세 9년 갱신법’을 발의하자 일부 집주인들은 ‘임차인 면접제’ 도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목소리와 집주인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프랑스·독일 등 해외 임대차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에는 기존 2년인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횟수를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3+3+3 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진보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동참했다.

시장 반발이 거세지자 한 대표는 이달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세입자 보호 수준이 초보적”이라며 “미국의 뉴욕·LA, 독일, 프랑스 등은 임대차 기간이 무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는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등을 엄격히 제한하며 세입자의 장기 거주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가 강한 국가일수록 입주 심사는 더욱 까다롭다. 미국은 ‘테넌시 스크리닝(Tenancy Screening)’ 제도가 널리 자리 잡아 신용점수, 고용·소득 증명, 범죄기록, 이전 집주인의 추천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반려동물 면접’까지 거치는 사례도 흔하다. 신용점수가 낮거나 이전 집주인 평가가 좋지 않으면 집을 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독일은 세입자 면접이 보편화된 국가로 꼽힌다. 신용평가서, 6개월 치 급여명세서, 고용계약서, 부채·세금 정보 등을 제출해야 하고, 집주인은 서류를 바탕으로 면접 대상을 추려 설문과 면담을 통해 최종 세입자를 결정한다. 최근 5년간 현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지원자를 받는 것이 좋은지’을 두고 집주인들의 의견이 활발히 오갈 정도로 심사가 일상화됐다. 베를린 등 인기 지역에서는 수십 대 1 경쟁률이 일반적이다.

프랑스는 최소 3년 임대 기간을 보장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 갱신된다. 이 때문에 세입자를 쉽게 내보낼 수 없으며 고용계약서·급여명세서·세금 신고서·보증인의 소득 명세 등 다양한 서류 제출이 필수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김나래 파티시에는 방송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보증인의 1년 치 소득 과 본인의 고용·소득 증빙 등을 제출해야 했다"며 "30명 넘는 경쟁자 중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달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서로 믿고 계약할 수 있는 ‘악성 임차인 방지법’ 입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차인을 1차 서류심사 → 2차 면접 → 3차 ‘임차인 인턴과정’으로 평가해 최종적으로 집주인이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본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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