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2화. 피해 여성의 고통 외면한 집단 괴롭힘 사건
조국혁신당에서 성 비위 사건만 일어난 게 아니다. 성추행ㆍ성희롱이 벌어졌던 그 시기 다른 조직에선 한 직원을 둘러싼 지속적인 언어 폭력과 집단 괴롭힘 사건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은 외부 조사를 거쳐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했지만 결국 고통은 피해자의 몫이었다. 가해자는 감봉 2개월, 피해자는 퇴사, 피해자를 도운 직원은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3건의 성비위·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피해자 3명과 조력자 1명 총 4명 모두 현재 당을 떠났다. 피해자보다 가해자 중심의 당 태도에 실망해서다.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취재진은 수차례 설득 끝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당사자 A(30)씨를 만났다. 그가 당한 고통과 괴롭힘은 무엇이고, 견디다 못해 당에 신고한 A에게는 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했다.
“당에 남은 피해자가 없는데 누굴 치유하고 회복한다는 건가.”
지난 12일 서울 등촌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난 A(30·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A는 1년간 몸담았던 조직을 얼마 전 나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다. ‘요즘 취직하기 어렵다’는 주변의 걱정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실망했고, 지쳤다. 지난 몇 달간 그는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A는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조국혁신당(혁신당)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다.
괴롭힘의 시작은 올해 초부터였다. A의 주장이다.
“모 부국장에게 남은 종이를 파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양이 많아 당사에서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외부 대형 파쇄기를 사용하겠다고 하니 ‘보안 자료니 당장 당사에서 파쇄하라’라고 했다.”
창당 행사 준비로 일이 많았던 A는 다른 분에게 시키면 어떨지 물었다.
“지금 상사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거냐”는 고성이 돌아왔다. 결국 파쇄 업무를 다 했지만 A는 이 일로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
조직 내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발전했다.
부서원 일부가 A의 책상 뒤에 대형 전신 거울을 갖다 놨다. A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내 자리는 벽 쪽에 있다. 그런데 출근해보니 사무총장 방에 있던 전신 거울을 내 뒤에 옮겨 놨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제 모니터 화면까지 볼 수 있는데다 제 뒤통수까지 바로 보이는 위치였다. 한마디로 수치심을 주고 괴롭히려는 의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가해자에게 괴롭힘은 '놀이'였다. A는 취재진에게 직원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내용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