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장기화한 국방부 장관 부재

2025-02-24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 계보는 1948∼49년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광복군 출신 이범석 장관을 필두로 한다.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 당일 이·취임식을 통해 전임자와 후임자가 교체됐다. 드물지만 예외는 있었다. 첫 공백은 6·25전쟁 때였다. 1951년 거창 양민 학살사건과 ‘최악의 군수비리’로 알려진 국민방위군 부정 횡령 사건 배후로 신성모 제2대 국방부 장관이 지목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쟁 중임에도 그해 5월 5일 신 전 장관을 해임했다. 신 전 장관 후임으로 이기붕 제3대 국방부 장관이 임명됐다. 둘의 이·취임 공백은 단 하루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61년에도 국방장관 공백 상황은 재발했다. 5·16 군사정변이 발단이다. 현석호 제11대 국방부 장관 재임 시절이었다. 장면 내각의 실세였던 그는 5·16 군사정변 이후 이틀 만인 5월 18일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이틀 뒤인 5월 20일 장도영 제12대 장관이 취임하기까지 하루 동안 장관직은 비어 있었다. 이후 군사정권의 제거 대상으로 몰린 장 장관은 장관 취임 18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때 국방부 장관직은 5일 동안 공석이었다. 12·3 계엄 사태 이전까지 최장기간 국방부 장관 공백 사례로 꼽힌다.

현재 국방부 장관은 3개월째 공석이다. 격동의 근현대사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다. 안보 공백은 물론, 군 인사와 군사 외교 등에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차관 직무대행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조속한 장관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관건은 국방부 장관 임명을 꺼리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의 국방부 장관 임명 건의에 “(장관을 임명하면) 계엄을 또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진의를 의심케 하는 이 대표의 오락가락 발언이 한두 번은 아니나 억지스럽다. 분단국가에서 안보 사령탑을 이렇게 오래 비워 두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더구나 국제 안보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국가 수호와 헌정질서를 지킬 수 있다면 민간이든 군인이든 출신을 따질 처지도 아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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