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은커녕 당국 규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상위 1~2곳 외의 거래소들은 사라질 겁니다.”
국내의 한 소형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 같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도래한 비트코인 반감기와 친(親)가상자산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등으로 기나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마침내 벗어나게 됐는데도 그의 얼굴에는 수심만 가득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 받으며 거래량이 크게 늘면 수수료로 벌어먹고 사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쾌재를 불러야 하는데 말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는데도 소형 거래소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거래소 간 점유율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져 있어서다.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점유율은 지난달 평균 거래대금 기준 △업비트 68.86% △빗썸 28.69% △코인원 1.76% △코빗 0.45% △고팍스 0.24% 순이다. 단 한 곳의 거래소가 70%가량을, 상위 2곳의 거래소가 무려 97% 이상을 독식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이다.
점유율에 따라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이 크게 차이 나다 보니 인력 확충이나 서비스 향상에서도 큰 격차를 보인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총 임직원이 600명이 넘는다. 정보기술 관련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반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전체 임직원이 두나무의 정보기술 인력의 5분의 1 수준인 60명 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 대형 거래소와 소형 거래소들이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거래소들은 인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규제에 대응하고 서비스 개선에도 나선다. 소형 거래소는 당국의 검사나 가이드라인 준수에 전 직원이 매달려 마케팅이나 서비스 개선을 할 여력도 없다. 독과점 해소나 차등 규제를 통해 올바른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업계 전반의 질 제고와 이용자들의 선택권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