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반영' 학교용지부담금 체계 바꾼다.. 정비사업 속도 빨라지나

2025-09-18

학교용지부담금, 정비사업 분양가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지목

올해 납부 의무 소폭 완화… 9·7 공급대책서도 언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주택사업자에 부과되는 학교용지부담금 제도를 손질해 과도한 기부채납 관행을 개선해 나간다. 학령인구 감소와 분양가 상승,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 교육청과 사업자 간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요구를 제한할 방침이다. 주택업계에선 전면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 법적 근거 없는 과도한 기부채납 제한… 국토부 "합리적 기준 마련"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학교용지부담금 합리화 대책 마련에 환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7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학교용지 관련 기부채납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주택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차를 개선한다. 그러나 '학교용지법'상 근거 없는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사례가 꾸준히 발견되자 법령상 근거 없는 기부채납을 제한하고, 연구용역과 업계 협의 등을 통해 합리적인 기부채납 기준을 마련하겠단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64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때 사업자는 분양가의 0.4%에 해당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학교용지의 확보 또는 학교 증축을 위해 개발사업 시행자에 징수하는 부담금으로, 2001년 도입됐다. 도입 초기 지방자치단체는 100가구 이상 분양가의 0.8%, 단독주택용지의 1.5%를 부담금으로 징수했다. 예컨대 분양가가 1억원이면 아파트 80만원, 단독주택용지 150만원을 낼 의무를 진다.

주택업계에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20년 이상 0.8%의 요율이 유지되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용지법이 제정된 1995년 초등 학령인구는 390만명에 육박했으나 2022년 266만명으로 줄었고 2030년에는 159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폐지 요구도 상당했다.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은 집값을 높이는 간접 비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주택공급 적체가 심화되자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본격적으로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주택협회는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시 분양가 4억5000만원 아파트의 경우 약 360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학교 부족과 교육재정 축소를 우려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며 현행처럼 분양가별 부담 비율과 부과 대상이 완화되는 데 그쳤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용지 부담금이 매출 원가에 반영되고, 다시 분양가에 적용되기에 입주자의 주택구입 부담 증가, 이중과세문제, 의무교육 무상성 등의 문제에 노출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학생수용 계획에 따라 부담금 조성의무를 부과하거나, 선 투자 후 부과하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업계 "교육청 협약 과정의 증축 요구·분쟁 줄일 개선책 필요"

부담금이 다소 줄었지만 건설업계에선 여전히 교육청과 학교시설 기부채납 약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의 비용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주택건설사업자는 사업계획승인 신청 전에 교육청과 학생 배정을 사전에 협의하고, 승인 신청 시 교육청 협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학교 측이 업자에게 과도한 증축 등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함에도 사실상 교육청 동의가 필수적인 요소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 1000가구 규모인 경북 한 사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이 약 63억원이었으나, 실제로 기부채납 약정을 체결한 금액은 115억원으로 나타났다. 경기 이천시에선 3개 건설사가 약 2730가구 아파트를 짓기 위해 교육청과 260억원의 기부채납 협약을 맺고 이행보증서까지 교육청에 제출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학교시설 확충이 필요할 경우 협약체결 시점에 교육청이 확충이 필요한 적정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며 "사업자가 부담하는 기부채납이 학교용지부담금을 초과할 경우에는 교육청 예산집행으로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등 기부채납에 따른 분쟁소지가 없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건설이 하루이틀 사이에 되는 일이 아니다보니 협약 당시의 학생 수요가 착공 이후 감소하는 일도 잦다. 학급 수 조정이 필요한데도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분양대금으로 만든 교실이 비어있게 된다.

실제로 이천시 백사지구(2개 블록, 1861가구) 교육청은 초등학생 400명과 중학생 168명 입학을 예상하고 사업자에게 초등학교 18학급, 중학교 8학급 증축을 요구했다. 하지만 1블록 준공이 가까워지자 실제 학생 수는 초등학생 30명, 중학생 10명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 사이에선 학령인구 산정 방식의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결과 2023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개교한 지 3~5년이 된 학 217개교 중 19개교가 학생 과소수용 학교로 나타났다. 이선호 KEDI 교육재정·자치연구실장은 "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여전히 유사 지역의 통계에 근거한 학생유발률을 단순 활용함으로써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학교용지부담금을 아예 없애기에도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폐지 시 서울 재건축 단지 내 학교 1개당 용지 매입에 1000억~2000억원이 든다는 예측이 나와서다. 서울의 경우 땅값이 높아 전국 평균(100억~200억원) 대비 많은 용지 비용이 든다.

학교용지 부담금을 폐지하기보단 현실에 맞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학교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부담금이 부과되고 실제 수입 대비 지출이 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용지 확보나 신설 규정을 지역 특성과 교육 수요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며 "학령인구 변화로 인한 교육수요를 반영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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