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이 초고령사회를 겨냥해 보험ㆍ요양ㆍ주거ㆍ헬스케어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에 300억원의 현금 유상 증자에 더해, 4225억의 현물출자를 결정했다. 삼성노블라이프를 통해 토지를 사들여 요양·주거 복합시설인 '돌봄주택'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돌봄주택’은 실버타운ㆍ요양원ㆍ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시설) 등의 형태다.
KB라이프는 2023년 12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를 열었다. 올해 5월과 지난달엔 각각 도심형 요양시설 은평빌리지와 광교빌리지를 개소했다. 다음 달엔 강동빌리지를 추가로 연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경기 성남시에 주간보호시설 분당데이케이션터를 개소한데 이어, 올해 말엔 하남 미사, 내년엔 부산 해운대에 요양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생명은 2027년 경기 고양시에 요양시설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초고령화로 요양시설 수요가 늘지만, 공급도 부족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0년 약 15만 명이 요양시설 부족으로 돌봄 공백을 겪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보험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사회 안전망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양산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령자 접점 넓혀…시니어·효도보험 다양화
보험사들은 간병ㆍ치매 특화 상품은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추세다. 병력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간병보험, 경증 치매 치료비와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사망보험금을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받을 수 있는 역모기지 종신보험 등 기존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불효자보험’을 출시했다. 자식 대신 보험이 부모를 돌보겠다는 의미다. 월 1만원대 '미니 보험'으로,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 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로 피해를 볼 경우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한다. AXA손보는 금융사기 피해액의 70%까지 보상(가입 한도 내) 한다.

이와함께 점포와 온라인 등에서 ‘고령친화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강북ㆍ광주고객지원센터를 ‘안심플러스+센터’로 새로 꾸몄다. 입구부터 상담까지 전담 동행 매니저가 안내한다. 넘어짐 방지를 위한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카펫을 깔고, 상담대 높이도 낮췄다. AXA손보는 글씨를 키운 ‘고령자 전용 안내장’을 따로 제작하고, 온라인 상담도 절차를 간소화한 ‘간편모드’를 따로 두었다. 전화 상담 때에도 가입자가 60세가 넘으면 자동응답(ARS)을 건너뛰고 상담원이 바로 연결된다.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보험산업 침체가 있다. 2022년 기준 보험침투율(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수준)은 11.1%로 세계 7위 수준이다. 경제 규모 대비 내는 보험료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보험산업은 포화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보험 가입 수요를 위축시키고, 보험산업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니어 시장 선점 나선 금융지주
시니어 시장 공략에는 금융지주부터 적극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각각 시니어 전용 브랜드를 내세워 고령층 자산관리와 생애주기 전 과정(연금·신탁·간병·상속)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시니어 브랜드 ‘신한 SOL메이트’를, 우리금융은 ‘우리 원더라이프’를 론칭했다. 2020년부터 설치된 KB금융의 ‘KB골든라이프센터’는 수도권 4곳에서 현재 전국 12곳으로 늘었다. 각 사별로 연금·펀드·신탁 등 은퇴자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와 건강관리, 일자리 연계 등 시니어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고령층 주거·자산관리를 위한 ‘하나더넥스트’ 브랜드를 출범했다. 공시가 12억원이 넘는 주택 담보 역모기지 상품('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과 ‘치매안심 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