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민족이라 하는데, 민족을 묶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1순위는 언어일 것이다. 말이 같으면 친근하다. 두번째는 공통의 문화와 역사다. 전통과 먹을거리가 인간을 하나로 묶어준다. 의외로 혈연관계가 세번째인데 이는 외모상 차이는 역사시대 이래 민족을 형성하는 데 우선 기준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지금의 영국인은 다양한 민족들이 언어로 융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하게 유대인처럼 전세계에 퍼져 살며 언어가 다른 집단들이 혈통과 종교로 묶인 예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보다 기후와 먹을거리가 민족을 형성했다고 주장하면 어떨까?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 ‘한국인의 기원’은 한국인이라는 집단을 만든 것은 ‘기후’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고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사피엔스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사냥감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났으리라 추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식량이란 것이 기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박 교수는 한반도에 인간이 정착한 가장 결정적인 시기는 온난한 기후와 증가한 강우량으로 벼농사가 가능해진 3500년 전으로 본다. 이때 한반도 최초의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송국리형 문화가 나타난다. 송국리형 문화는 지금 충남 부여군 초촌면 송국리에서 발견된 유적을 중심으로 한 문화권을 의미한다. 대형 집터, 환호, 청동기 유물, 민무늬토기로 대표되는 이 문화는 농업 중심 사회로 벼농사를 포함한 집약적 농업을 했다. 북쪽이 추웠기에 금강 중류까지 내려왔을 터이고,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많은 인구가 존재했다. 하지만 다시 추워진 2700년쯤 송국리 주민들은 남도까지 내려갔고 종국에는 바다 건너 일본열도로 들어가 야요이 문화를 연다. 실제 지금의 남한 사람과 일본인의 유전자는 90% 정도 일치한다.
그런데 기후로 알아본 ‘한국인의 기원’ 핵심은 인류 이동이나 민족 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한국인의 이동에 있다. 과거 인간들의 이동이 추위를 피하는 것에 있었다면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더운 것을 피하는 이동이다. 현재 기후 난민은 전세계적으로 2000만명쯤 된다고 추산되며 매년 증가세다. 예측되는 한반도 온난화는 2100년쯤 3.8℃ 상승이다. 여름철 폭우와 겨울 가뭄이 매년 반복 강화되며, 현재의 작물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만주와 연해주는 연평균 기온 8∼10℃로 혹한이 사라져 사람이 살기 쾌적한 곳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농사와 식량 생산은 어떨까? 두말할 필요 없이 광대한 평원에 강이 존재하는 세계적인 식량 기지가 될 것이다. 이미 한국 기업은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에서 약 3억3058만㎡(1억평)에 달하는 농장을 운영하며, 콩·밀·옥수수를 재배한다. 기후위기가 다가올수록 식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인간은 기후를 따라 이동하니, 한민족 후손들이 다시 만주로 이동할지도 모르겠다. 한국농업이 주목할 일이다.
이상엽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