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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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외 코발트·텔루륨 등 희소금속도 추출 국내외 공급 디스플레이·태양광 필수 소재... ‘인듐’ 전세계 생산량 11% 차지 국가기간·미래 산업 생존 위협
② 적대적 M&A 후유증 경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수급 불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2의 요소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이외에도 아연과 연 제련 과정에서 인듐, 코발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추출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인듐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11%를 차지, 국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기능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2021년 요소수 사태처럼 국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은 대체 자원을 찾기 쉽지 않으며, 고려아연의 의존도가 높은 물질인 탓에 핵심 산업의 생태계가 일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0월 중국이 한국으로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중국의 저렴한 요소수 공급망을 전적으로 의존하던 한국은 결국 국내 물류 산업과 원자재 산업 전반에서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고려아연으로부터 비철금속과 희소금속을 공급받는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이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려아연에 금이나 은을 납품받아 귀금속화합물을 제조하는 경기도내 A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수입해서 들여오게 된다면 약 3~5% 정도 가격이 높아진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공급망이 무너지면 제품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돼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년동안 고려아연에서 황산을 납품받는 B전자중소기업 관계자도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면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 기한이 무기한 연장될 것”이라며 “국내에 황산 공급처가 3곳 정도 밖에 없어서 다른 업체로 바꾸기도 어렵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요소수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단순한 금융 거래가 아닌, 국가 주요 기간산업의 존속과 직결된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희소금속 주요 기술진들이 경쟁사로 전직하거나 기업이 해외로 넘어가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국내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망 불안정이 현실화되면 필수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져 관련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특히 국내 기간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오는 3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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