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달러 유동성 제공에 나선 것을 두고 풍부한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은 ‘밀레이에 대한 전례 없는 지지, 트럼프의 이유, 트럼프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광물 사업권을 얻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아낌 없는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통화 스와프부터 페소화 직접 매입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붕괴 직전의 아르헨티나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에 200억 달러(약 28조 50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매입했다고도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에 따르면 미국의 페소 매입액은 약 1억 달러(약 1428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소화를 직접 사들이는 이례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미국이 아르헨티나를 지원하는 배경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는 리튬과 우라늄·희토류, 그리고 석유와 가스 등 다양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리튬은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0%가 아르헨티나에 매장돼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희토류다. 아르헨티나 지질광업청(SEGENAR)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희토류 매장량은 19만 톤 이상이며 확인되지 않은 잠재 희토류 자원은 330만 톤으로 추정된다. 희토류 매장량 1·2위인 중국(4400만 톤)과 브라질(2100만 톤)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희토류 탈(脫)중국’을 추진 중인 미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자원 부국이다. 베선트 장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중국을 배제하고 희토류와 우라늄 같은 핵심 분야에서 미국 민간기업에 문을 열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르헨티나가 2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핵심 광물 개발권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에 달려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와 우파 진영이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주도권을 쥐어야만 양국의 자원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약 중간선거 전에 아르헨티나 경제가 무너진다면 미국의 자원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이념적 성향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하고는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가장 먼저 만난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