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게이머의 최전성기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라고들 한다. 빠르고 정밀한 손놀림, 두뇌 회전, 집중력 등이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20대 초중반에 은퇴하는 선수가 많은 탓에 29살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페이커’ 이상혁에겐 ‘백전노장’이란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이런 e스포츠 세계에서 “게임 안에선 모두가 10대”라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2021년 일본 아키타현에서 창단된 일본 최초의 시니어 프로게임단 ‘마타기 스나이퍼즈’다. 60~70대의 선수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키타는 일본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게임을 즐기는 데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마타기 스나이퍼스의 히로 부(66·본명은 비공개) 선수는 지난 22일 경향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히로 부는 퇴직 3개월 뒤인 2022년 팀에 합류했다. 우연히 본 선수 모집 광고가 그를 이끌었다. “일본의 첫 시니어 e스포츠 팀이라니, 멋지다고 생각했죠.”
청소년기 오락실을 들락거렸고, 아빠가 된 뒤에도 잠든 아이 옆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긴 그였지만 마타기 스나이퍼즈의 주 종목 ‘발로란트’는 낯설었다. 발로란트는 5 대 5 팀전 중심의 1인칭 슈팅 게임(FPS)으로 순발력과 전략, 팀워크가 고루 필요하다.
“처음 해보는 장르의 게임이라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았어요. 무엇보다 승리를 위해선 팀원 간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시니어 게이머라고 예외는 아니다. 히로 부 스스로 ‘최저선’이라고 표현한 그의 하루는 훈련 스케줄로 빽빽하다.
“매일 아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해요. 아침 식사 뒤 2시간가량 개인 연습을 합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진 팀 훈련이에요. 감독 지도하에 팀원들과 조를 나눠 플레이합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진 매일 돌아가며 게임 라이브 방송을 하고 팬들과 소통도 해요. 저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멤버도 있을 겁니다.”

마음은 청춘이라지만 젊은 선수와 비교하면 체력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 모니터를 보다 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에 통증이 몰려온다. 최근엔 엄지손가락 관절에 건초염 증상이 생겨 고생을 했다. “시니어 게이머에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평소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오래 갈 땐 동료들이 커버해주니 큰 힘이 되고요.”
히로 부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시니어팀 ‘올드 가드’와의 친선전을 꼽았다. 치열한 접전 끝에 2-1로 상대를 꺾었다. 창단 4년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그는 “그동안 여러 팀과 경기를 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첫 승리라 정말 기뻤다”고 회상했다.
승리의 달콤함을 맛본 마타기 스나이퍼즈의 다음 목표는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출전이다.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이자 전 세계 모든 발로란트 프로게이머들의 꿈의 무대다.
“아직 랭킹이 낮은 편이지만 매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솜씨를 갈고닦고 있습니다. 전혀 진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팬들의 응원이 좋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