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뽑은 보수 분화 확인됐다…강성 뭉치고, 온건∙중도 이탈

2025-02-10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온건 보수층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9 대선 당시 똑같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한 보수층이라도 이념 성향에 따라 최근 정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보수층의 분화가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조용한 중도는 무엇을 원하나」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10일 입수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웹 서베이(web survey) 방식의 조사를 진행한 뒤 강 교수가 그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다.

이번 연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던 투표층의 이념 성향을 강성·온건·중도 보수로 나눈 뒤 각 문항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 호감도를 0~100점으로 봤을 때 자신이 강성 보수층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평균 호감도는 78.49점이었다. 반면에 온건 보수층은 54.42점, 중도 보수층 34.87점으로 차이가 컸다. 강성 보수층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수준의 점수였지만, 중도 보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계엄 선포 명분에 대한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보고서는 계엄 선포의 원인이 ‘야당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물음에 대해 공감 정도에 따라 1~10점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강성 보수층은 8.64점으로 윤 대통령의 인식처럼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로 인해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온건 보수층은 6.89점을, 중도 보수층은 5.12점을 각각 줬다. 계엄 선포가 ‘국가의 안보와 질서 때문’이라는 물음에도 강성 보수층 7.87점, 온건 보수층 5.79점, 중도 보수층 3.84점으로 강성 보수층과 중도 보수층의 시각차가 컸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퍼지고 있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인식차도 비슷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됐던 2022년 대선의 공정성에 대한 점수를 1~4점(점수가 높을수록 불공정)으로 매기게 한 결과 강성 보수층은 3.06점으로 불공한 선거라는 인식이 강했다. 반면 온건 보수층은 2.59점이었고, 중도 보수층에서는 2.35점이었다.

연구 보고서는 이런 결과에 대해 “현 상황에 대한 관점·평가·인식이 강성 보수와는 뚜렷이 다른 중도 보수 집단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주말 동대구역 탄핵 반대 집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가 부각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중도 보수층에서는 반대로 지지를 거두는 이탈 현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최근 강하게 결집한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가 더 부각되는 건 이들의 정치 효능감이 온건·중도 보수층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봤다. 강성 보수층은 자신이 정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고, 정부가 하는 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한 까닭에 각종 집회는 물론 여론조사 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잘 안다’(1~5점)라는 물음에 강성 보수층(4.38점), 온건 보수층(3.92점), 중도 보수층(3.67점)의 순으로 평균 점수가 높았다. 반대로 ‘나는 정부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물음에는 강성 보수층(3.04점)이 가장 낮았고, 온건 보수층(3.33점)과 중도 보수층(3.31점)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온건·중도 보수층은 강성층보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작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았던 응답자를 강성·온건·중도 진보로 나눴을 때 윤 대통령이나 계엄 사태에 대해선 진보층의 이념 성향에 따른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감도 측면에선 윤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 격차는 작지만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강성 진보층의 이 대표 호감도는 76.5점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온건 진보층(66.27점)에서 중도 진보층(51.79점)으로 갈수록 호감도는 낮아졌다. 야권 관계자는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이 대표에 대해선 내부 평가가 적잖게 엇갈린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결국 대선에선 어떤 후보에게도 쉽게 손을 들지 않는 이들 중도층의 선택이 판세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연구원 콘퍼런스홀에서 ‘계엄 사태와 한국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복원과 제도 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 및 토론을 열고 관련 연구 보고서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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