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과 정부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를 검토하면서 28년 만에 첫 건설업계 등록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직·간접 고용 효과와 법원의 그간 판례 등 실효성 측면에서 건설업계 퇴출보다는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근로자 사망사고 등을 막기 위해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공공입찰을 전면 금지하도록 하는 등 입찰 제도의 전면적 개선작업에도 착수했다.
6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률을 검토해 포스코이앤씨에 적용 가능한 최고 강도의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이앤씨의 공사 현장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졌다. 이 대통령이 이날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하면서 관련 부서가 법률 검토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 등은 최우선적으로 건설업 등록말소 등이 가능한 지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은 1999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됐다. 이에 현행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는 건설 등록 말소이다.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기존에 진행해 온 사업을 포함해 모든 건설 공사에 참여할 수 없으며, 5년 후 재등록을 하더라도 사업 실적이 사라져 수주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낸 사고들을 근거로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일정 기간 영업정지와 더불어 공공입찰 참여 제한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일정 요건이 충족될 때 건설사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부실 시공으로 건물 구조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관련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등 적용 조건이 엄격하다. 건설현장에서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사망자 발생은 등록말소의 사유가 아닌 영업정지에 해당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사 중 중대재해나 부실 시공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위법에 따르면 등록 말소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피해 규모가 훨씬 컸던 사고들도 영업정지 조치를 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엄벌에 처하기는 어려운 만큼 공공입찰 참여 제한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대형 건설사가 면허 취소, 즉 건설업 등록 말소 조치에 취해진 것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일으킨 동아건설사업이 유일하다.
대형 건설사가 유발하는 고용 효과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퇴출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1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근로자 6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막대했다. 하지만 법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제기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행위를 막을 경우 회복 불가능한 중대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GS건설의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역시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이 GS건설의 행정 처분 중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 역시 수천 명의 근로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근로자가 수천 명 이상”이라며 “회사가 퇴출될 경우 대규모 실직이 발생한다는 점 등을 법원이 대체적으로 판결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행정 처분과 더불어 공공입찰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현재 산업 재해를 낸 건설사는 공공 공사 입찰 때 페널티를 받지만 그 수위가 높지 않다. 공공공사 입찰의 대표 유형인 종합심사낙찰제 심사 기준을 보면, 건설안전과 관련이 있는 ‘사회적 책임’ 분야의 배점은 최대 2점에 불과하다. 건설안전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0.8점 가점을 받는 데 그친다. 현재 2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기업은 2년간 공공 공사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데 기준을 1명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 관련) 감점을 더 강화하고 공공입찰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