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민중은 트럼프에 반대한다

2025-06-10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작년 8월,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숀 페인은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소했다. 트럼프가 공개석상에서 파업 노동자를 해고한다고 협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는 2017년 이후 젊은 세대의 노동조합 가입이 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교사 파업이 공화당 우위 지역을 휩쓰는 등 수십만 노동자들이 파업 물결에 참여했다. 지금 미국 노동운동은 쇠퇴의 기억을 뒤로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조직 노동에 적대적인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의 귀환이 미국 노동운동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편으로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세 부과를 통한 제조업 일자리 되찾기 같은 포퓰리즘 행보로 각인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미 경험했기에 누구나 내다본다. 노동관계위원회 판단을 통해 노동조합 조직화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고 초단기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부인되며 각종 노동 보호 위반에 대한 사업주 처벌이 완화되고 노동자 개인 특성에 따라 고용 기회가 차별되는 변화를 말이다. 노동조건 악화는 물론이다. 거기에 최근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세법 개정안이 상원마저 통과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은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도 자동차노조의 숀 페인이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은 세간의 시선에서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선 기간에 130만 트럭 운전사들의 노동조합인 팀스터스의 위원장 션 오브라이언이 트럼프를 지지했고 그 과정에서 팀스터스의 내부 분열이 심각하게 불거졌던 터였다. 트럼프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에 부과한 25% 품목별 수입 관세에 미국 자동차노조가 찬성한 데에는 기실 미국이 그간의 탈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아시아 등 국가에 빼앗겨왔다는 인식과 고율 관세로 그것을 되찾아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소식을 듣고 국내 진출 외국인 투자 기업 말레베어가 작년에 자본 철수를 전격 발표한 뒤 독일의 말레 모회사 측이 한국 노동자들에게 “한국 공장을 폐쇄하지 않으면 유럽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던 발언부터 떠올랐다. 자본의 노동에 대한 분할 지배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는 없으리라는 인상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 싸움이 한국 노동자들과 유럽 노동자들 간의 싸움일 수 있단 말인가. 이번 트럼프 관세도 다르지 않다. 일자리를 놓고 미국 노동자들과 한국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립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것이 궁극적으로 제국의 지배하에서 이루어진 자본의 세계적 재배치와 노동 지배의 소산이 아니면 또 무엇이란 말인가.

트럼프가 지난 1기 시절 자동차 공장 폐쇄를 허용했던 사실을 미국 노동자들이 벌써 잊었을까. 자동차노조와 팀스터스의 조합주의 관점은 제국의 근린궁핍화 정책을 수용하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 적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바른 해법은 제국주의 반대, 트럼프 반대의 관점을 분명히 하면서 양국 노동자 계급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협상과 협력을 통해 찾아가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한국의 공장을 앗아가고 한국 경제의 산업 기반을 공동화시키고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파괴하는 것은 제국주의 미국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겪는 고충 역시 제국주의 미국이 역사 속에서 자국 내 정책을 잘못해온 탓이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야말로 양국 노동자들의 공동의 적인 것이다.

이제 막 내전을 마친 한국의 현장으로 쉴 틈도 없이 트럼프 관세정책의 미친 폭풍이 몰려온다. 제국주의 경제 침략은 어김없이 한국 노동자·농민부터 짓밟고자 달려든다.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품목별 관세 대상인 철강, 자동차 및 연관 산업에 대해 특별 관리를 실시해 관세 영향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트럼프에 맞서는 국제 공조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한·미 통상 협상은 실패할 수 있으니 협상 실패 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우리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기하고 우리 농민의 삶을 지키며 지역경제의 붕괴를 막는 데에 있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그럴 때 광장의 한국 민중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새 정부를 두려움 없이 엄호하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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