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원영식 초록뱀 전 회장 측이 지오릿에너지 인수전에 가담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합과 유령법인 등을 앞세워 대규모 메자닌(주식연계채권)을 떠가는 방식이다. 이번 딜의 핵심 파트너는 과거부터 간간히 합을 맞춰온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다.
석방 후 활동 재개한 원영식 회장
1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오릿에너지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9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자는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으로 원 회장 측 자금이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CB의 전환가는 1423원으로 총 7027만여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전환 청구 기간은 내년 12월부터 2027년 11월까지이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3%다. 지오릿에너지는 C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2026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은 올해 설립된 조합으로 대표와 최대출자자에 각각 이정미 씨와 오션인더블유(옛 초록뱀컴퍼니→씨티프라퍼티)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과거 엔에스이엔엠(옛 아이오케이), 메타케어(옛 에스메디) 등 원 회장과 연관된 상장사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아울러 오션인더블유는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에 510억원을 출자해 지분 51%를 확보했다. 뒤이어 원 회장 아들인 원성준(20%)씨와 아름드리코퍼레이션(19%), 유에스씨(10%)라는 법인이 이 조합에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원성준 씨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고, 유에스씨는 오션인더블유의 완전자회사다. 또한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오션인더블유 지분 약 33%를 확보 중이다.
초록뱀미디어 매각 자금이 지오릿에너지로 흘러간 모양새다. 오션인더블유는 지난 8월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 측에게 보유 중인 초록뱀미디어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1800억원으로 지난달 29일 대주주가 변경됐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원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원 회장은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에 가담하고, 자녀가 출자한 회사에 이득을 주기 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해 말 보석 석방됐고, 지오릿에너지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 이와 관련해 오션인더블유 관계자는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짧게 말했다.
210억 CB 보유 주체 행방 묘연
원 회장은 지난 9월 지오릿에너지의 210억원 규모 6회차 CB 발행 과정에도 등장했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이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것. 이 CB의 전환가는 1379원으로 내년 9월부터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현재 주가가 전환 시점까지 유지되면 대규모 차익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은 지난 2016년 설립된 법인으로 원영식, 원성준, 강수진 씨 등 원 회장 가족이 주요 인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인 반면 순손실은 92억원으로 매출액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이 법인은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상장사 오션인더블유의 대주주이자, 지오릿에너지의 대규모 CB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
같은 시기 42억원 규모 7회차 CB 발행 대상자로 등장한 조합도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 주체가 과거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에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된 것. 이 CB 대상자는 글로리 신기술조합 제59호로, 대표와 업무집행조합원에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법인은 자안바이오(현재 상장폐지), 시스웍(현재 거래정지), 인크레더블버즈 등 한계기업에서 두루 등장했다.
이 조합의 주요 출자자에는 김병수 씨와 케이알쓰리라는 법인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케이알쓰리는 지난 2011년에 설립된 법인으로 김계숙, 라진철 씨 등이 주요 인물에 등재돼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문은 잠겨있었고, 관계자도 만날 수 없었다.
이들은 스마트솔루션즈(옛 에디슨EV·현재 상장폐지), 아센디오, 스킨앤스킨 등 여러 한계기업에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중 일부는 코스닥 상장사 시스웍에서 원 회장과 함께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 2015년 썬코어(현재 상장폐지) 자금 조달 과정에 잇달아 나타나기도 했다.
과거부터 이어진 김재섭-원영식 팀플레이
원 회장과 함께 지오릿에너지 인수전에 뛰어든 에이프로젠 측과의 연결고리도 확인된다. 코스닥 상장사 AP헬스케어(옛 로코조이→에이프로젠H&G) M&A 과정에서 함께 등장한 것.
AP헬스케어는 지난 2016년 대주주 변경과 함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러더포드제10호투자조합이 구주를 사들인다고 밝혔지만, 이듬해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당시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는 에이프로젠 자회사로 대표에 김재섭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아울러 러더포드제10호투자조합의 조합원에는 위드윈홀딩스, 김계숙, 에스더블유파트너스, 오션인더블유 등이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이 중 에스더블유파트너스와 오션인더블유는 원 회장 측 법인으로 AP헬스케어 M&A 과정에서 사실상 김재섭 대표가 원 회장과 손을 잡은 모양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 2019년 이노컴트리투자조합과 초록뱀미디어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 19회차 CB를 발행했다. 오션인더블유는 이노컴트리투자조합에 120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이 CB의 최초 전환가는 3480원이었지만 리픽싱(전환가 조정)을 통해 1715원까지 낮췄다. 이듬해 오션인더블유와 초록뱀미디어는 전환 청구권을 행사했고, 이후 장내 매도를 통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다.
한편, 에이프로젠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506억원, 97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105억원, 590억원이다.
지오릿에너지도 2020년부터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204억원, 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5억원이고, 순손실은 6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지오릿에너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또한 에이프로젠 측에 관련 질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