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 32% 적자’에도 “소비쿠폰 덕 경제 활기”라는 정부

2025-10-20

국내 제조기업 3곳 중 1곳이 올해 적자 경영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기업 227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설정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75%에 달해 코로나19 때인 2020년(74%)보다 실적 전망이 악화했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영업이익 적자를 예상한 기업은 32.1%로 흑자 예상(27%)보다 많았다. 내수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둔화가 이어지는 데다 기업들이 원자재가·인건비 상승, 고관세, 고금리 등 비용 부담 요인에 짓눌린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를 약속했지만 올해 기업 경영 관련 법·제도 부담이 외려 ‘가중됐다’는 응답도 44.3%에 달했다. 법인세 인상, 더 더 센 상법 등 기업을 한층 옥죌 입법, 노란봉투법 통과로 인한 노사관계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초강력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 응답자 전원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부동산 정책과 맞물린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기 낙관론’을 띄우며 기업들과 괴리된 경기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의 정책 효과를 언급하며 “우리 경제는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주요 지표가 전반적 개선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낙관론에 빠지는 사이 경제 일선에서 뛰어야 할 기업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37위로 떨어져 대만(35위)에도 밀린 데는 기업 활동 위축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래서는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진짜 성장’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성장 궤도로 재진입하려면 정부와 국회는 재정에 기댄 ‘돈 풀기’와 무분별한 규제를 자제하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제도를 정비해 기업들이 맘껏 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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