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살 사이로 한 움큼 햇살이
온기를 물감처럼 세상에 풀어놓으면
어머니의 갈라 터진 손등 사이로
별과 달이 영글고 있었다
바람에 귀가 잘려 나가는 겨울밤
시린 바늘귀 가난한 밤을 기우시던 어머니
실눈 뜨는 어린나무 가지에
화살촉 같은 별을 띄워 보냈다
물렛살 과녁을 빗나가버린
길 잃은 내 화살,
어린 날 화살촉은 뭉툭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낡은 시위에 전신을 떨고 있지만
밤새 하얗게 늙어버린 어머니의 물레
헛간 벽에 매달린 바람 속에 빈 둥지를 틀고 있다
두 눈 움푹 패인 채 혼자서
목화꽃 하얀 귀를 틔우고 있다
지워도 지워도 다시 돌고 있는
어머니의 물레
우두둑 우두둑 정강이 펴며
흰 솜 고치 자아 하늘길 만들고 있다
■약력: 경북 문경 출생. 2009년 《시와 시학》신춘문예 등단. 인터넷 명문 에듀 리딩 편집. 훈샘 국어, NIE 독서논술 지도교사
■해설: 이 시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또한 어머니가 애지중지 평생 자식을 먹여 살린, 시린 바늘귀로 가난한 밤을 짜던 물레가 있다. 물레는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향해서 흰 솜 고치 자아 하늘길을 열고 있다. 시인에게 어머니의 여러 모습은 생략된 채 물레를 중심 소재로 시속에 등장시키고 있는 것은, 헛간 벽이라는 장소를 지배하고 있는 물레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밤새 하얗게 늙어버린 어머니의 물레/헛간 벽에 매달린 바람 속에 빈 둥지를 틀고 있다/두 눈 움푹 패인 채 혼자서/목화꽃 하얀 귀를 틔우고 있다"에 이 시를 이해하는 울컥한 통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시인 자신에게도 우두둑 우두둑 정강이 펴며 흰 솜 고치 자아 하늘길을 만들게 하는, 삶의 수레를 밀고 가는 어떤 힘이 바로 물레의 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