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의 이름이 최근 ‘삼각지(전쟁기념관)역’으로 바뀌었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은 삼각지역 출구와 연결돼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그동안 역명에서 전쟁기념관은 빠져 있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전쟁기념관은 이번 지하철역 이름 변경에 고무된 모습이다.
그런데 지하철역명에 ‘전쟁기념관’이 추가되면서 이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념’은 사전적으로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은 결코 기념할 만한 게 아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고 전사·사망자들을 추모해야 한다.
전쟁기념관 이름은 개관 초기부터 논란이었다. 전쟁기념관은 ‘워 메모리얼(war memorial)’을 직역한 것인데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그 뜻을 온전하게 전달한다고 보기 어렵다.
개관 초기부터 제기됐던 이름 논란과 관련해 학자들과 시민들은 ‘전쟁역사박물관’ ‘호국기념관’ ‘평화박물관’ ‘군사박물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전쟁기념사업회는 “기념은 대상을 긍정 또는 부정하지 않고 기억하며 의미를 찾는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또 “‘전쟁’과 ‘기념’이라는 용어는 전쟁을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그 교훈을 인식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런 논리는 납득이 안 돼 이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인 중 20년째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한국어에 능통한 일본인이 최근 전쟁기념관을 처음 가봤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전쟁을 치른 게 기쁘지는 않을 텐데 왜 기념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자는 그 이유를 위와 같이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름 논란이 없다면 이런 소모적인 질문과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