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출신 최소화, 현장 중심 무명 전무 발탁…방향성이 달라진 축구협회 첫걸음

2025-04-10

27명 중 2명.

지난 9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집행부는 총 27명. 그중 고려대학교 출신은 김현태 대회위원장, 베테랑 스포츠기자 출신 위원석 소통위원장 등 2명뿐이다. 고려대를 나온 정몽규 협회장까지 합해도 3명이다. ▲고려대 출신 ▲추문 가능성이 있는 인물 ▲초고령층 인사를 가능한 한 배제하는 게 인사의 주요 원칙이었다는 후문이다.

2023년 5월 협회는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 파문 등으로 인해 엄청난 비판을 받은 뒤 새로운 이사진을 발표했다. 당시 이사진 25명 중 고려대 출신은 정해성, 이임생, 서동원, 이윤남, 신연호, 노수진 등 무려 7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이후 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적잖은 비판을 또 겪었다. 선임 업무를 주도한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홍 감독도 고려대를 나왔다. 이 때문에 ‘고려대 마피아설’까지 제기됐다. 정 회장은 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해성 위원장은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했고 나는 외국인 후보들을 더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같은 고려대 출신인 홍 감독을 밀어줬다는 것은 근거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발표된 집행부에는 여러 대학 출신들이 골고루 포함됐다. 박항서·김도근(이상 한양대), 신태용(영남대), 현영민·신병호(이상 건국대), 이장관·이정효(이상 아주대), 오해종(중앙대), 전가을(명지대)이 그렇다. 전반적인 협회 살림을 도맡은 중책인 전무이사에는 명지대를 나온 무명 선수 출신 김승희 전 대전 코레일 감독이 선임됐다. 김광준 의무위원장, 전한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부회장은 연세대를 나왔다.

특정 학교 출신 인사들로 조직이 채워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적잖다.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기본으로 제기될 수 있다. 조직 폐쇄성이 강해지면서 외부 인재 유입을 차단하고 자기복제 구조까지 고착화할 수 있다. 업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업무 진행 과정에 집중해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인적 구성에 매몰된 채 무분별한 비판을 일삼는 모습도 종종 연출됐다.

이번 협회 인사의 핵심은 ‘의도된 다양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협회는 특정 학연 중심 인사가 조직 객관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자성에 기초해 현장 중심으로 적임자를 발굴했다. 물론 단순히 출신 대학만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조직 문화를 쇄신하려면 인사 이후 조직 운영이 더 중요하다. 현장 중심 인사들이 충분한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누가 유명한 사람인가’, ‘누가 내 사람인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잘 알고 있나’, ‘누가 문제를 해결할 경험과 능력을 갖췄느냐’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그건 협회의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협회가 지난 수년간 지적받아온 폐쇄성과 불투명성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인사 다양성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구현해야만 추락한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힘을 잃은 축구계를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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