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광장에서는 윤 대통령 퇴진 이후 ‘차별없는 세상’ ‘더 나은 민주주의’가 있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광장에서 나온 목소리의 연장선으로,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고 싶은 시민들이 공론장을 찾았다. 이들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광야에서 광장으로 시민공론장’에서 새로운 사회를 원하는 광장의 요구를 되새겼다.
행사 참석자들은 윤 정권 퇴진 이후 사회가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지, 윤 정권에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지, 시민 일상을 바꾸려면 어떤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지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우리 일상을 바꾸기 위해 만나고 싶은·만나야 하는 운동’을 쪽지에 써서 한데 모았다. 가장 많이 나온 분야는 ‘민주주의·시민참여’ ‘차별금지·소수자 인권’ ‘페미니즘’ 등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별금지법 제정’ ‘시민 민주주의 교육’ 등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여유가 없으면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고 타인의 얘기를 들을 수 없다”며 “저희 조에서는 여유가 있는 세상이 와서 다양한 의견을 말하고 듣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 이후 열린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공론장’을 이끌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소현씨(29)는 “(탄핵 국면 이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이 열린 것 같아서 좋다”며 “페미니즘·장애인 인권 등에 관해 잘 몰랐는데, 광장에서 이런 이슈에 관해 들을 수 있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탄핵 이후 광장의 목소리가 제도 변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당근(활동명·25)은 “이전부터 여성·장애·성 소수자 이슈는 사람이 죽지 않는 한 정치권에 닿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계엄, 탄핵 후에는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들어야 할지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결하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36)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노동자와 소수자들을 탄압해왔던 것이 누적됐고, 전혀 해결되지 않아서 계엄 이후 이런 요구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부패한 정치 세력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최계연 비상행동 시민참여팀장은 “박근혜 탄핵 시국 당시 광장의 목소리가 정치로 흡수되지 않고 삶의 변화로 크게 이어지지 않았다”며 “광장에서 나온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서 (정치로)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