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엔 새 나라를 이루자!

2025-01-01

‘푸른 용의 해’라고 불린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가고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푸른 뱀’의 해란다. 부디 나라를 망가트리는 ‘사악한 이무기’나 에덴의 사람에게 금지된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해 저주를 내리게 했다는 그 뱀이 아니면 좋겠다.

지난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여름 내내 뜨거웠으며 비는 억수처럼 퍼부었다. 겨울이 되면서 폭설이 내려 큰 피해를 입혔다. 극한기후였다. 여객기 참사와 대형화재까지 발생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혼란으로 빠져들게 했다.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내우외환을 불러왔다.

12월 3일 밤 10시 23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것이 선포 이유였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혔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12월 4일 1시 1분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며 2시간 1분 만에 해제됐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12월 29일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중 사고가 발생,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예정됐던 전국의 제야·송년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는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한 채 조용히 치러졌으며 각 지역의 새해 첫 날 타종·해맞이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크게 축소해 열렸다. 경기도 역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를 애도하며 1월 1일 수원시 팔달산 서장대 일대에서 갖기로 했던 새해 해맞이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매년 5000명 정도가 몰리던 수원시의 송년·신년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31일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2024년 수원시립예술단 송년음악회(수원SK아트리움), 제야음악회(행궁광장 특설무대), 1일 제야타종(여민각), 떡국나눔(제야타종 후), 해맞이 행사(팔달산 서장대)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6월 24일엔 화성시에 위치한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의 대형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4월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108석밖에 얻지 못했다. 이밖에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이 1석을 차지했다.

국민들을 기쁘게 한 소식도 있었다.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는 그의 작품을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처도 세계에서 빛났다. 이밖에도 경사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경사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을사년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그리고 조선이 일본에 강제 병탄되기 시작되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2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80년 동안 우리나라는 6.25 전쟁과 4.19, 12.6, 12.12, 5.18 등을 겪었다. 그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리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들이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시련도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자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2월 3일 내란 사태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긴 데에 더해, 안타까운 여객기 참사까지 터져 최악의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길 바란다. 새해엔 비극적인 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길 기원한다. 불의가 정의로 바뀐 나라, 궤변과 억지의 정치가 통하지 않는 나라, 어둠을 이긴 빛이 가득한 나라, 새해엔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새 나라를 이루자. 새해엔 모든 난제들이 해결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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