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2025-10-16

1995년 10월19일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 의혹이 폭로됐다. 민주당 의원 박계동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4000억원을 시중은행 40개 계좌에 100억원씩 분산 예치했다”며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서 발행한 예금계좌 조회표를 흔들어 보였다. 노태우는 금시초문이라며 발뺌했지만 일주일 만에 꼬리 내리고 대국민 사과를 한다.

당시 경향신문은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검찰과 국세청도 몰랐던 노태우의 은닉 재산을 찾아냈다. ‘시가 1000억대 빌딩 노씨 위장매입 의혹…사돈기업 통해’(10월29일자), ‘강남에도 위장매입 빌딩’(10월31일자) 등의 연속 기사로 노태우가 아들 재헌씨의 장인 회사 동방유량(신동방그룹 전신)을 통해 위장 관리하던 서울센터빌딩과 동남타워빌딩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노태우 비자금 중 일부는 딸 소영씨의 시가인 선경그룹(SK그룹 전신)에도 전달됐다. 1991년 노태우는 300억원을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회장에게 건넸고, 최 회장은 이를 담보하기 위해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노태우에게 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이 300억원이 쟁점이 됐다. 노 관장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비자금의 존재를 스스로 까발렸다.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300억원이 선경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이를 인정해 최태원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16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태우 비자금 자체가 불법이므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함구했다”며 “이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여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밝혔다.

정경유착과 불법 비자금, 음모와 배신, 부끄러움을 모르는 폭로… 재벌 2세와 대통령 딸이 연출한 ‘세기의 이혼 소송’은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의 밑천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검찰은 노태우 비자금으로 확인된 300억원을 환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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