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에서나 보던 계엄령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이 걱정되고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4일 오전 지하철 9호선에서 만난 박 모씨(42, 초2 학부모)는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소식에 “밤새 마음을 졸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해제했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한 학부모는 “21세기에 계엄이라니 믿기 힘들다”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이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일을 우리 아이들이 겪게 됐다” “군대에 있는 조카가 걱정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밤 교육부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교육부는 4일 새벽 1시께 정상 등교·학사 운영 방침을 발표했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까지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6살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정상 운영 공지를 내서 아이를 데려가고 있지만 당분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차분한 업무수행과 교육현장에서 안정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오전 4시30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각 학교에 “학사일정을 정상 운영하고 학교 안정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