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2025-02-13

오늘날은 추론 인공지능(AI)의 전성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성능이 개선된 추론 AI 모델을 내놓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이후 GPT-4, GPT-4o, o1, o3에 이르기까지 업그레이드된 추론 AI 모델을 발표해 왔다. 구글의 PaLM(Pathways Language Model)과 제미나이(Gemini), 마이크로소프트의 Turing-NLG, 메타의 라마(LLaMA),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경쟁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에 기반한 대규모 언어 모형의 등장 이후 외부의 신뢰할만한 지식 베이스를 참조하는 검색 증강 생성(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과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나가는 생각의 사슬(Chain-of-Thought) 기법은 추론 AI의 성능을 한층 강화시켰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딥시크-r1과 딥시크-v3는 적은 비용으로도 우수한 추론 AI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현실화시켰다. 딥시크가 채택한 증류(distillation)와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기법은 가성비 높은 추론 AI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딥시크에 대한 대응으로 오픈AI가 공개한 딥 리서치(Deep Research)는 월 200달러라는 높은 비용에도, 탁월한 성능으로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만드는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니즈는 똑똑한 AI뿐 아니라, 나를 잘 이해하고, 내 심정에 공감해 주는 AI를 포함한다. 추론(reasoning) AI 이외에 감성(emotion) AI가 필요한 이유다. 감성 AI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험에 맞는 반응을 제공하는 AI를 의미한다.

이미 공상과학(sci-fi) 영화에서는 AI가 친구나 애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예측했다. 또 여러 작품들이 사람과 동일한 감정을 가지며, 정서를 공유하는 로봇 AI의 모습을 등장시킨 바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 Artificial Intelligence'(2001)에서는 불치병에 걸려 냉동인간이 된 아들 대신 입양된 AI 로봇 데이빗이 엄마 모니카의 사랑과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 '그녀(Her)'(2013)에서는 아내와 별거 중인 주인공이 AI 스피커인 사만다(Samantha)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러한 영화감독의 상상력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감성 AI는 AI 친구, AI 상담사, AI 돌보미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감성 AI에 주목해야 하는가?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비용이 요구되고, 수익 모델로서 갈 길이 먼 추론 AI에 비해 감성 AI는 수익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넷플릭스나 멜론과 같은 OTT 유료 서비스에 선뜻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지갑을 여는데는 인색하다.

인내 자본의 공급이 부족한 우리나라 여건상 AI 스타트업들은 조기에 수익 모델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요구된다. AI를 둘러싼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지만, AI 스타트업에게 제도와 환경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감성 AI 분야의 대표 기업인 캐릭터닷AI의 방문자는 월 2억4000만명에 이르며, 이들의 체류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을 상회한다. 높은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캐릭터닷AI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캐릭터닷AI는 500개 이상의 챗봇을 통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AI가 친구의 목숨을 살렸다는 후기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실행력이 좋은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이미 감성 AI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페르소나AI는 감성 AI와 우정 또는 연애의 감정을 나누는 전 세계 수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캐릭터챗을 통해 출시 두 달만에 월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노인을 돌보는 AI 로봇인 '효돌'은 어르신의 약을 챙기고, 독거 노인의 말벗이 되기도 하며, 위급 상황 발생 시 보호자에게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우미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항상 시간에 쫒기는 사회복지사의 손발이 되는 것을 물론이다.

감성 AI는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모두가 추론 AI에 집중할 때 인간의 정서를 돌보는 감성 AI 분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바쁜 일상에 지쳐 정서가 메말라 가고, 고독에 빠진 사람이 증가하는 현재가 바로 감성 AI에 집중할 때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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