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휘호석

2025-02-13

군사반란과 내란, 학살을 빼고 전직 대통령 전두환을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은 집권 후 폭압적인 공안 통치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은 그를 상찬했다. “5·18과 12·12를 빼면 전두환은 정치는 잘했다.” 그때 윤석열의 속내를 알아차려야 했다. 단순한 강경 우파 지지층에 대한 구애성 발언이 아니라 ‘집권하면 전두환식 통치를 하겠다’는 뜻이었음을.

윤석열 정부 3년은 전두환 독재와 여러모로 닮았다. 전두환 곁에 정치군인 ‘하나회’의 몽둥이가 있었다면 윤석열에겐 검찰의 칼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몽둥이와 칼로 냉전 이데올로기를 지폈고, 민주주의에 총부리를 겨누고, 반노동을 노골화했다. 전두환은 쿠데타, 비상권력기구, 정치인 구금을 밀어붙였다. 그 궤적을 좇은 윤석열도 지난해 12월3일 대한민국 시곗바늘을 1979년 12월12일로 되돌렸다. 12·12 쿠데타를 “우발적 사건”이라고 한 전두환처럼, 윤석열은 12·3 내란을 “정당한 통치권 행사”라고 우긴다.

전두환은 1997년 4월 내란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12월 사면 복권됐다. 헌정을 짓밟은 흑역사가 온전히 단죄·청산되지 못한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지속되고 있고, 경남 합천의 전두환(일해) 공원처럼 전국 곳곳에 그를 칭송하는 시설물이 남아 있다. 이런 상징물들은 전두환 독재를 정당화·미화할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생채기를 남기게 된다. 전두환의 5·18 사과 거부로 그의 사면 복권 이유였던 ‘국민 통합’도 빛이 바랬다.

예술의전당이 지난 10일 전두환의 휘호석을 철거했다. 대법원 유죄 판결 후 행정박물 가치를 상실해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37년 만이다. ‘문화예술의 창달’이라고 쓰인 휘호석은 독재를 가리려는 눈속임 행정이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군사문화 잔재를 뿌리 뽑아 다행이다. 이 휘호석 철거는 야만과 폭력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회 일각에선 독재 상징물을 놔두고 산교육장으로 삼자는 말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오래 기억하자는 뜻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남긴 행정박물도 어떤 운명을 맞을지, 지금 떨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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