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로 들어오는 미국산 쌀, 주먹구구식 검정 논란… 미국산 쌀 안전성 우려

2025-07-29

지난해 우리 정부가 국내로 들어오는 미국산 쌀(현미)의 품질 검사 과정을 살펴본 결과 미국 측이 주먹구구로 검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료에서 ‘돌’만 검정할 뿐 ‘유리’나 ‘쇳조각’ 등을 거르는 절차가 매뉴얼에서 생략됐고, 안전성 이슈가 있어 중요 품목 정보에 해당하는 쌀의 입형(모양과 형태) 역시 미국 측 검정기관은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산 쌀 개방 논의에 있어 수세적인 입장에만 서지 말고, 안전성 문제를 부각시켜 협상의 지렛대 중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024년분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쌀 선적지(미국) 검정실태 조사 출장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관계자 4명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TRQ 수입쌀을 검정한 결과 다수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현재 한국은 5%의 낮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TRQ 수입쌀에 대해 국가별 쿼터를 부여하고 있다. TRQ 물량 40만8700t 중 미국은 13만2304t으로 중국(15만7195t)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TRQ 물량을 초과하는 쌀에 대해서는 고율(513%)의 관세가 부과된다.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새크라멘토에 있는 현지 검정기관(OMIC)의 매뉴얼 등을 살펴본 결과 국내로 도입되는 미국산 쌀의 검정 업무의 문제점을 다수 확인했다. 우선 시료 3㎏에서 ‘돌, 토괴, 플라스틱, 유리, 쇳조각’ 등 모든 고형물을 검정해야 하지만 현지 검정기관 업무 매뉴얼상에는 ‘돌’만 검정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 계측기기로 쌀의 길이와 폭을 측정해 입형을 검정해야 하지만 현지 검정기관은 육안으로만 타입형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미국산 ‘장립종’ 쌀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현지 소비자단체의 발표가 나오자 정부는 미국산 쌀의 수입 입찰과 국내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장립종’ 쌀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쌀의 입형을 파악하는 건 중요한데, 이 절차가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다만 “지금까지 장립종이 국내에 섞여 들어와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다른 나라의 검정 결과와 대조된다. 농관원은 지난해 11월 중국산 TRQ 쌀 선적지를 살펴본 결과, ‘육안 계측 뿐 아니라 곡립판별기를 이용한 쌀 계측도 실시’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계측결과 전반적으로 품위가 양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 측은 30개월량을 초과하는 쇠고기 수입을 허가해 줄 것과 함께 미국산 쌀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 농산물이 올라가 있다”면서 협상 카드에 ‘미국산 쌀 수입 확대’가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TRQ 쿼터 내 미국산 쌀은 가공용·사료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지만, 저품질 논란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쌀 개방이 확대될 경우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미국산 쌀의 안전성 문제를 부각하면서 관세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순중 전국농민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과거에 미국산 쌀 비소 검출 문제로 수입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고 최근 미국 소비자 단체 조사에서도 문제가 발견되는 등 안전성에 이슈가 있다”면서 “쌀이 부족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쌀 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힘에 굴복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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