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벽장식·트로피·식기 등 황금 물결
‘황금시대’ 취임 일성 백악관서 먼저 실현
트럼프 “파월, 내가 원하면 빨리 물러날 것”
경제 우려한 연준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으로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황금시대’를 천명한데 이어 워싱턴 백악관을 진짜 황금으로 꾸미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백악관 벽과 선반엔 황금 장식이 설치됐고, 만찬에도 황금 장식이 된 식기가 쓰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곳곳에 금색 장식을 추가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의 인테리어 변경 작업을 맡은 인물은 플로리다의 가구제작 전문가 존 이카트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이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벽난로 선반과 벽면 장식에 금칠을 했다. 벽난로 선반 위에는 7개의 황금빛 꽃병과 항아리가 장식됐다. 집무실 옆 식당의 식탁에도 황금빛 장식이 추가됐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장식했던 황금빛 아기천사 상도 백악관으로 옮겨 설치됐다.


선반에 7개 황금 트로피… 식기도 금색 장식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브 부켈레 엘셀바도르 대통령을 오벌오피스에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 두 사람의 뒷편 벽난로 선반 위에 7개의 황금 트로피가 보인다. 벽난로와 벽엔 황금 장식이 붙어있고, 벽면 초상화도 모두 황금 액자 안에 들어 있다. 앞쪽 탁자 중앙에도 황금 장식이 들어있고, 놓여 있는 소품도 황금색이다.
백악관 만찬 사진을 보면 식기 역시 금색으로 장식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과거 오벌오피스의 사진을 대조해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2004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아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를 나누는 사진을 보면, 뒷편 벽난로엔 아무런 장식이 붙어 있지 않다. 벽난로 선반엔 현재의 황금 트로피 대신 화분 3개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황금색으로 장식하는데 더해 흰색 테두리로 인쇄된 공식 초상화에 빛을 반사하는 금색 테두리를 추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출판청은 금속성 잉크와 특수인쇄기를 구해야 했고, 초상화 인쇄 작업도 지연됐다는 후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 같은 개조작업에 대해 “황금시대를 위한 황금의 집무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하며, “미국의 황금시대를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를 내놓고 있고 뉴욕 주가 시장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처럼 적어도 미국 백악관에선 황금시대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황금 장식에 대해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집무실의 황금빛 장식을 가리키면서 “황금빛 페인트는 진짜 황금을 흉내 낼 수 없다”며 “그래서 진짜 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빛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백악관에 관한 저술을 발표한 작가 케이트 앤더슨 브라워는 “집무실 등 백악관의 공식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해선 백악관 큐레이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백악관은 국민의 집이지, 특정 대통령의 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짜 황금시대는 언제…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시대’에 대한 호언장담과 달리 상호관세 부과로 경제 상황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크다고 경고했다.
17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포즌 소장은 최근 한 연설에서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면서 “경기 침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현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16일 “지금까지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기준금리 변경)는 같은 시점에 두 개(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서 관세가 “아마 올해 내내 우리를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기자 회견 중 기자들에게 “나는 그(파월)와 잘 맞지 않는다”면서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길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항상 늦고, 틀리는 연준의 파월이 어제 또 하나의 전형적인 엉망진창 보고서를 냈다”며 “유가와 식료품(심지어 계란까지) 가격은 하락하고, 미국은 관세로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 의장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경기 침체 우려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간킴 용 싱가포르 부총리 겸 통상산업부장관은 “미국 관세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위험을 야기했다”며 “앞으로 더 큰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대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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