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각종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규제 혁파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10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기업이든 사람이든 미국에 10억 달러나 그 이상을 투자하면 인허가를 신속하게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모든 환경 허가가 포함되지만 결코 환경 분야로 제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자신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태양광 발전소, 해상 풍력 터빈 등 전국적으로 제안된 수십 개의 에너지 프로젝트가 10억 달러 기준을 충족한다”고 짚었다.
미국에서는 환경 규제와 이어진 법정 싸움으로 석유, 천연가스 등의 시추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며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개발에 속도가 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에 대해 트럼프의 수석 고문 제이슨 밀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내국인 및 외국인이 미국에 투자하는 모두에 (규제 혁파가) 적용된다”며 “트럼프는 투자를 받고 규제를 철폐해 경제가 다시 돌아가기를 원한다. 트럼프 2기는 규제 철폐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행정 명령에도 한계가 있어 규제를 광범위하게 개혁하기는 힘들다”며 “주 정부 등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1970년 제정된 미국의 국가환경정책법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할 때 연방 정부가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 시행하게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 법을 무시하고 인허가에 속도를 내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환경단체 에버그린액션의 레나 모핏 이사는 “트럼프의 이날 언급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트럼프가 특수 이해관계자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인을 운전석에 앉혀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