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윈난 쌀국수(云南过桥米线)를 먹다

2025-02-21

어릴 땐 수제비도 칼국수도 잔치국수도, 라면을 빼고 밀가루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당기는 것이 면이다. 오늘은 중국 윈난의 명물 쌀국수(米线)가 생각난다. 뜨끈한 닭고기 국물에 갖은 야채랑 식자재를 넣고 먹었던 그 미시엔(米线) 쌀국수.

일반적으로 국수를 나타내는 면(麵=面)이라는 글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지금은 밀가루라는 의미보다는 국수라는 뜻으로 쓰는데 아마 밀가루가 귀했던 옛날에는 밀가루를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국수를 뽑는 데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구체적으로 ‘국수’를 가리킬 때는 조(條)자를 더해 ‘미엔티아오(麵條)’라고 하는데 밀가루(麵=面-mian)를 나뭇가지(條-tiao)처럼 가늘게 늘였다는 뜻이니 국수의 생김새를 형상화한 단어이다. 중국의 남쪽 윈난 지역에서 주로 먹는 쌀국수는 미시엔(米线 mixian 미선)이라고 한다. 쌀이 길게 선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그 쌀국수가 베트남에 가면 퍼(pho),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선 미고랭이 된다.

암튼 윈난의 쌀국수 미시엔(米线) 은 닭고기 쌀국수 퍼가(pho ga)하고는 같은 듯 다르다.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로 국수를 만들었다는 것은 같으나 맛은 약간 다르다. 윈난에서는 구어치아오 미시엔(过桥米线)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리를 건너는 쌀국수’쯤 된다. 구어치아오 미시엔은 유명한 윈난 지방의 한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중국 윈난 지방의 어느 선비가 과거 준비를 위해 근처 호수의 작은 섬에 들어가 공부를 하였다. 그의 아내는 매일같이 남편이 좋아하는 국수를 삶아서 다리 건너에 있는 섬까지 이고 갔다. 특별한 보온 방식이 없던 옛날, 아내는 어떻게 하면 따뜻한 식사를 남편에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어느 날 쌀국수를 돌냄비에 담아 남편에게 가던 중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는데 한참 후 깨어나 냄비를 만져보니 여전히 뜨거웠다. 닭고기로 육수를 내면 얇은 기름막이 형성되는데 바로 이 기름 막과 돌 냄비가 장시간 보온 효과의 비결이었다. 매일 아내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국수를 먹으며 공부에 전념한 남편은 과거에 급제하였다고 한다. 이리하여 ‘다리를 건너는 쌀국수’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또 윈난 사람들은 이 미씨엔을 먹을 때 일반적인 ‘먹자’라는 의미인 ‘吃吧(chi ba, 츠바)’를 쓰지 않고 ‘다리를 건넙시다’라는 의미의 ‘过桥吧(guo qiao ba, 꾸어치아오바)’를 사용한다.

오늘 점심에는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过桥吧 구어치아오바). 뜨끈한 윈난 미시엔을 먹고 싶다.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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