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불만 나면 잿더미" ...정책보험 등 지원시스템 구축은 '하세월'

2024-10-07

【 청년일보 】매년 전통시장에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불구 이에 대한 경제적 손실 부담 최소화 등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 및 제도적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서민들의 생계와 접점에 있는 전통시장의 경우 화재 뿐만 아니라 폭우, 폭염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해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기존의 국내 화재보험 시스템으로는 이 같은 기후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위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없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국내 민간 보험업계와 상인회 등 여러 주체가 협력해 체계적인 위험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정책보험 도입 등을 통해 보험 가입률 제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안감 커지는" 전통시장...기후변화 등 화재사고 위험성 고조 속 예방 및 보상 등 대책방안은 '미흡'

지난 2일 한국화재보험협회와 한국리스크관리학회는 공동으로 서울 광화문 소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통시장 화재보험 제도개선 방안'이란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전통시장 화재위험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남상욱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은 최근 전통시장 화재사고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 반면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30% 미만으로 매우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 부족과 보험료 대비 불충분한 담보력 등 보험에 대한 낮은 인식이 보험가입 수요를 저해하는 요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남 회장은 "전통시장 화재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보험업계,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들간 협력이 긴요하다"면서 "이에 정책보험 도입을 통해 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신속한 보상시스템을 구축해 전통시장의 안전을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기후대응기금 등 정책기금을 활용한 보험료 지원과 파라메트릭 보험 도입을 통해 보험 보장을 확대하는 한편 신속한 보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날 축사로 나선 강영구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정부와 민간 그리고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 화재 예방시스템 구축과 안전의식 고취, 화재보험 가입 제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전통시장이 더욱 안전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후 시설에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이 화재사고 '주범'...일 평균 5000명이 방문하는 전통시장은 '화약고'

전통시장이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제2조)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사회, 경제적 필요에 의해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 거래가 상호신뢰에 기초해 주로 전통적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로 규정된 곳으로, 각 도지사 등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일부 요건을 두고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국내 전통시장 수는 1388개로, 점포수는 23만 2206개, 종사자수는 31만 6315명으로 조사됐다.

연 매출 추정 규모는 총 25조 3000억원 가량으로, 시장당 일평균 매출액은 5770만원이며, 일 평균 고객 수는 최근 4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4000명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하루에 평균 5000명 정도의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는 반면 노후되고 밀집된 점포들에 낡은 전기 배선 그리고 가연성 자재 사용 등 화재 사고에 매우 취약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 사고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전기적 요인이 전체의 46.2%를 차지하고 있다. 합선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고, 과부하 및 과전류 등의 순이었다.

이어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고가 전체의 29.6%를 차지했으며, 원인 미상이 10%로 조사되고 있다. 화재 사고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도 적지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말 기준 시장별 화재 발생 및 피해규모를 살펴보면, 전통시장 화재 사고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약 83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건당 재산피해액 역시 약 3억원 정도로 가장 피해가 심했다.

특히 최근 급속한 기후 변화로 인한 집중 호우, 폭염, 한파 등 이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폭우로 인한 전통시장의 침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반면 화재사고 등 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대비 등 대책 마련에는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화재 공제 및 보험 가입률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화재공제 가입률은 불과 29.1%, 민간보험사에 가입한 화재보험 가입률 역시 2022년 기준 29.3%에 불과했다.

이 처럼 화재 사고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이유는 보험가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맞물려 금전적(보험료) 부담과 피해 보상 수준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더구나 전통시장의 경우 화재 사고 시 정부 및 지자체 등에 의한 사후 복구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민간 보험사들 역시 노후 시설 등 사고 가능성(손해율)이 높아 전통시장에 대한 보험가입 유치에 소극적이고, 게다가 보험사기 등 보험금 누수마저 우려됨에 따라 보험 인수를 꺼리고 있다는 점도 위험대비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남상욱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은 "전통시장의 화재위험은 그 발발 원인이 어떻든, 인적 및 물적 피해가 크든 작든, 국민 생활과 사회 안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전통시장의 화재 및 수재 위험에 대한 보험보장 갭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점포 밀집 및 노후와 등 화재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고, 이는 대형 화재와 수재로 이어져 대규모 손실 피해를 야기한다"면서 "사후 복구를 위한 재정 투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 등 전통시장 화재위험성 '빨간불'...민관연, 심각성 공유 속 제도 개선 등 종합대책 마련 '긴요'

이날 세미나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전통시장 화재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면서도 이에 대비한 정책적 뒷받침은 다소 미흡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이에 상인회를 비롯한 민관연 등 이해관계자들은 화재 사고에 대비한 노후 시설 개선을 비롯한 공동인수제도 등을 통한 보험가입률 제고 등 전통시장 안전을 도모하고, 화재사고로 인한 상인들이 경제적 손실에 대비함으로써 전통시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 및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높은 보험료 등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점이 풀어야할 숙제로 제기됐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지역 및 시설을 대상으로 한 특화보험의 도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높은 보험료로 인한 금전적 부담과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 그리고 보험계약 디폴트 발생 시 대처방안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전통시장 상인들의 금전적 부담을 감안한 정책적 지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고영호 보험과장은 "전통시장 화재보험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법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전통시장 상인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시장 화재보험의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기금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공동인수방식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재정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안부 변지석 재난보험과장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전통시장 화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정부에서는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해 공동인수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법규 개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남대문시장상인회 문남협 회장도 "전통시장은 낡고 복합한 건물구조의 특성상 화재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화재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 대표로 나선 서울대 이동근 교수와 홍익대 정세창 교수는 기존의 화재보험 시스템 개선과 화재위험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동근 교수는 "전통시장은 화재 뿐만 아니라 폭우, 폭염 등 기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면서 "기존의 화재보험 시스템은 기후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익대 정세창 교수는 "전통시장 화재보험은 정책보험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보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나, 전통시장의 위험성, 계약자간 이질성 등에 대한 어려움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화재 위험성과 보험가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벤처부 배소혜 사무관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전통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화재공제 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전통시장 화재공제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겸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양규 / 김두환 / 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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