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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보 】 배달 플랫폼업계가 배달 로봇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로봇 배달'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일제히 로봇 배달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첨단 커머스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오토바이를 통한 배달을 넘어 로봇이 문 앞으로 필요한 물건을 배달해 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플랫폼 업체로서 미래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들 업체는 이전부터 로봇을 통한 배달 업무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먼저 로봇 배달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배민은 지난 2017년 '우리는 편리한 일상을 배달합니다'라는 비전 하에 배달 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2019년 건국대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실외 배달 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이후 2020년에는 광교 앨리웨이 주상복합 단지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테헤란로 로봇 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삼성동 코엑스에서 배달 로봇으로 음식배달을 진행하면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을 위한 기술과 데이터를 쌓았다.
같은 해에는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로 서울 코엑스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건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딜리는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작년 8월 취득하며 '실용화'에 한발 더 다가가기도 했다.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 인증은 지난해 법제화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보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배달 로봇을 운행하기 위해서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운행 안전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인증을 획득한 실외 이동로봇은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되어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인증기관은 최대 속도 15km/h 이하, 질량 500kg 이하의 실외 이동 로봇을 대상으로 운행 속도, 안정성, 보안, 관제 장치 등 16개 항목에 대해 심사한다. 딜리는 16개 항목을 모두 통과하며 국내에서 6번째로 인증받은 로봇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로봇 딜리는 배달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특징이다.
6개의 독립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고, 앞뒤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성을 잃지 않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을 쉽게 전환한다.
최대 30kg의 무게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으며, 적재함 부피는 25.6L로 2L 생수병 6개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다. 배터리 교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 중 방전될 경우에도 빠르게 서비스에 재투입할 수 있다.
배달 수행 간 안전에도 만반의 준비를 기했다. 딜리는 카메라와 레이저 시각 탐지 및 거리 측정 기술인 라이다(LiDAR)를 통해 주변 사물과 장애물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으며, 첨단 안전주행 알고리즘을 통해 갑작스러운 충돌에 대비했다.
이와 같은 로봇 운용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배민은 이달 26일부터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일부 지역에서 배민B마트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배민이 자체 기술로 선보이는 로봇 배달 서비스는 강남 지역 내 B마트 도심형 유통센터(PPC)를 중심으로 장 보기,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PPC 기준 최대 1.5km 반경 내 300여 개의 건물 입구까지 30분 내외로 배달한다.
배민 측은 5월 이후 1천여곳 이상으로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배민의 로봇 배달 서비스는 운영인력의 현장 동행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배민은 강남 테헤란로와 송파 방이동 지역에서 수년간 쌓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했다.
이번에 투입되는 딜리는 총 4대로 배민은 주문량 및 권역 확대 상황에 맞춰 로봇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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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도 로봇 배달 트렌드를 함께 이끌고 있다.
요기요는 작년 6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 뉴빌리티와 도심지역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에 나서기 시작했다.
뉴빌리티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운영하며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15개 지역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의 다양한 환경 하에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요기요와의 배달 로봇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배달을 수행하게 된다.
뉴비는 2024년 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속도 제어, 비상 정지, 장애물 감지, 횡단보도 통행, 운행구역 준수 등 16개 항목에 걸친 엄격한 평가를 통과하며 국내 최초로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요기요는 같은 해 9월에는 자율주행 한집배달 서비스 '로봇 배달'을 정식 론칭하고, 배달 플랫폼 업계 최초로 실제 운영에 나섰다.
요기요 로봇 배달 서비스는 라이더를 대신해 아파트 단지, 대학가, 대형 오피스 건물 등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단거리 배달에 최적화된 로봇 배달은 가게로부터 최대 1.2km 반경의 주문 건에 대해 한 건씩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로,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영업자는 일반 배달과 동일하게 음식을 조리한 후 로봇이 가게 앞에 도착하면 음식을 적재하면 된다. 고객은 요기요 앱을 통해 픽업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약속한 장소에 로봇이 도착하면 음식을 픽업하면 된다.
로봇 배달에 투입되는 로봇은 현행법에 따라 시속 최대 5.76km/h 정도의 속도로 운행하다가, 사람 및 구조물이 있거나 인도 폭이 좁아지면 안전하게 속도를 줄인다.
이처럼 로봇 배달을 선도하고 있는 두 업체는 모두 배달 로봇이 부족한 라이더 수를 보충하고,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수준의 배달비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베민 측은 "배달 로봇이 본격 도입되면, 배달 수요가 많을 때 부족한 라이더 수를 보충할 수도 있고, 라이더가 기피하는 배달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요기요 측도 "라이더 수급이 어려운 지역에 로봇 배달이 가능해짐에 따라 배달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는 다양한 주문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기술적 성취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용화를 위해 넘어서야 할 문턱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크게 ▲로봇 배달 시작으로 인한 인간 라이더와의 갈등 ▲법적 규제 문제 ▲제한적인 배달 로봇 투입지역 등을 거론하고 있다.
주요 노동단체의 한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배달 로봇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결국 라이더의 일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로봇 배달 주문 건이 많아진다면 라이더 사이의 경쟁만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라이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대개 불안정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일거리마저 로봇으로 대체하기 시작한다면, 추후 인간 노동자들이 설 곳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법적 규제도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봇 공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각 업체에서는 마치 본격적인 로봇 배달을 시작한다는 듯이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로봇 배달이 수행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로봇을 인간 보행자와 사실상 동일하게 취급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지만, 이 정도로 산업을 활성화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도심지나 주거지에서 로봇 배달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로봇과 관련한 규제뿐만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전까지 로봇 배달은 일종의 '보여주기식' 마케팅의 의미 그 이상을 지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실제 배달 로봇이 투입되더라도, 로봇이 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현재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로봇 배달을 수행하는 지역을 보면 강남 등 비교적 시가지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곳에 한정돼 있다"며 "로봇의 특성상 정돈된 일부 시가지 외에는 정상적인 배달 업무를 신속하게 수행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실제 국내의 경우 대부분 지역이 오래전부터 형성된 도심지로 그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수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길목들이 많다"며 "로봇이 아무리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안전사고 없이 제시간에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