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딜레마…지방자치 살리려니 금권선거 재발 우려 [유권자 25% 당원시대]

2025-11-06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은 오랫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릴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에 참여하고 중앙정치로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핵심 근거다.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팬덤 정치’의 부작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지역 단위에서 직접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경험을 통해 정치를 배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당 부활 논의는 매번 좌초됐다. 지구당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폐지의 핵심 이유였던 ‘금권 조직 선거의 온상’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국회 보좌진 출신인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지역 토호 세력이 지구당에 줄을 대려는 양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당 부활 과정에서 수반돼야 할 ‘허위당원 정리’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현재는 본인이 직접 탈당하지 않으면 당적 정리가 어렵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인력·예산도 부담이고, 개인정보 침해 문제까지 얽혀 있다”며 “당이 철저히 당원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기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당원 수는 각각 500만명과 444만명이다.

정치권 내부의 이해관계도 걸림돌이다. 지구당이 되살아나면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나 당원협의회(국민의힘)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고, 원외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도 확대된다. 지역 조직 장악력이 중요한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결국 유리한 건 인지도가 높은 기성 정치인”이라며 “현역 의원이 자기 발등을 찍는 법을 굳이 만들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지구당을 부활시키려면 금권 선거 재발을 차단할 장치와 함께, 중앙당과 시도당의 유급사무직원 수를 100명으로 제한한 현행 정당법 등을 손봐야 한다. 박상훈 전 후마니타스 대표는 “지구당 복원은 반드시 조직 운영 원칙과 재정 관리, 당원 교육을 포함한 종합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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