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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 간판스타 제시 린가드(잉글랜드)가 새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소속팀 FC 서울에 새 시즌 첫 승을 안겼다.
서울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에 터진 린가드와 루카스 실바의 연속골을 묶어 후반 추가 시간 최성범이 만회골을 터뜨린 FC 안양에 2-1로 이겼다. 앞선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1라운드에서 0-2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서울은 두 번째 경기에서 시즌 첫 승과 승점 3점을 거머쥐었다.
서울의 선제골 겸 결승골은 후반 시작 후 2분 만에 나왔다. 속공 찬스에서 미드필더 정승원이 수비수와 뒤엉키는 과정에서 볼이 흘렀고, 린가드가 뛰어들며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이후 다소 가라앉았던 관중석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린가드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름 이니셜 ‘J’와 ‘L’을 만들어 보이는 시그니처 포즈를 취한 뒤 특유의 피리를 부는 골 세리머니로 4만1415명이 운집한 관중석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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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서울은 후반 33분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스코어를 벌렸다. 왼쪽 측면에서 린가드가 올린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야잔이 받아 떨궜고, 이를 후반에 교체 투입된 공격수 루카스 실바가 화려한 오른발 가위차기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종료 직전 안양의 교체 공격수 최성범이 속공 찬스에서 서울 수문장 강현무의 방어를 뚫고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일찌감치 기울어진 스코어를 뒤집지는 못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양이 K리그1 무대로 승격한 직후 연고지 관련 악연으로 얽힌 두 팀의 관계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았다. 서울은 과거 안양에 연고를 두고 안양 LG라는 이름으로 K리그 무대를 누볐지만, 지난 2004년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며 FC 서울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하루아침에 응원할 축구팀을 잃은 안양 시민과 팬들은 이후 10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2013년 시민구단 형태로 안양을 창단하며 프로축구 무대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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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안양 팬들은 서울 구단을 “배신자”라 부르며 분노한다. 반면 서울 관계자들과 팬들은 안양에 정착하기 전 구단의 연고지가 서울이었다는 점을 들어 “연고 이전이 아니라 연고 복귀가 정확한 표현”이라 맞선다.
양 팀 팬들의 라이벌 의식은 응원전을 통해 표출됐다. 서울 서포터스는 경기에 앞서 ‘1983’이라는 숫자를 표출하는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프로축구 원년인 1983년에 ‘럭키금성’ 간판으로 시작해 현재의 서울로 이어지는 역사적 정통성을 과시하는 의미를 담았다. 안양 팬들은 ‘紅得發紫(홍득발자)’라는 고사성어 플래카드로 맞섰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라는 뜻으로, 안양 LG 시절 상징 색이던 빨강을 뛰어넘어 FC 안양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거듭났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 팬들이 지나치게 흥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는 기우였다. 서울과 안양 서포터스 모두 성숙한 팬 문화를 보여주며 새로 만들어진 라이벌전을 함께 했다. 리드를 잡은 서울뿐만 아니라 스코어가 뒤진 안양의 팬들도 질서 있고 열정적인 서포팅으로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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