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정부 보조금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 정조준

2025-03-26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덕에 스마트폰 출하량을 크게 늘린 제조사들은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과 삼성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폰 미래는 해외 시장에”

25일(현지시간)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업체인 비보는 적극적인 해외 시장 확대 계획을 밝혔다. 후바이산 비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미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60%, 2027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보의 미래는 해외 시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비보는 지난해 중국 내 출하량을 10% 이상 증가시키며 애플과 화웨이, 샤오미 등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보의 해외 시장 공략 강화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은 ‘이구환신’ 보조금 대상을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까지 확대했다. 소비자들은 6000위안(약 120만원) 이하의 스마트기기를 구입할 경우 판매가의 15%를 보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이구환신의 효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애플의 점유율이 감소한 반면 로컬 제조사들이 뚜렷한 수혜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인도 빠르게 점령 중인 중국

중국 업체들이 주목하는 해외 시장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오포는 18%의 점유율로 삼성전자(17%)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2023년에는 삼성전자가 1위(21%), 오포가 2위(17%)였다. 지난해에 삼성전자가 2위로 밀린 가운데 공동 3위(16%)는 또 다른 중국 제조사인 트랜션과 샤오미가 차지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빠른 보급 속도만큼 점유율 변동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21%)는 비보였으며 이어 샤오미(15%), 오포(12%), 애플(11%), 삼성(11%) 순이었다. 삼성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16%) 대비 5%포인트나 감소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해외 판매 확대에 따라 올해는 상위 3개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美관세 무풍지대 속 미디어텍 수혜

중국 스마트폰의 해외 진출 확대는 부품 업계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핵심 부품인 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프리미엄 제품에는 미국 퀄컴(스냅드래곤), 중저가 제품에는 대만 미디어텍(디멘시티)으로 이원화해 사용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상위 라인업에도 미디어텍의 AP를 탑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디어텍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략 중인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은 미국의 관세 영향이 크지 않다”며 “퀄컴이 아닌 대만 미디어텍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것도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