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걀 품귀현상에 매대 ‘텅텅’…도둑까지 맞아

2025-02-10

“매일 아침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식료품점 앞에서 줄 서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늦잠을 자 10시쯤 오면 이미 달걀은 모두 품절이어서 그런 날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액상 달걀 흰자를 사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는 대학생 니콜라스 다니엘씨(20)는 두달 넘게 달걀 구매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에서 “든든한 아침 식사를 위해 달걀을 주로 섭취했지만, 요새는 구하기도 너무 힘들고 가격도 부담된다”며 “이렇게 달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리라 생각지 못했는데 하루빨리 달걀 수급이 원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 지역의 식료품 매장에서 달걀 품귀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마트에서 어렵게 구하더라도 가격이 급등해 서민 물가 부담이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에 따르면 1월12∼18일(현지시각) 12개들이 달걀 평균 소매가격은 5.29달러로 지난해 2월(3.6∼3.8달러)에 견줘 40%가량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각) 달걀 품귀 현상과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미국 내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꼽았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은 고병원성 AI로 산란계를 지난해 12월 1320만마리, 지난달 1400만마리 살처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AI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2022년 1월부터 최근까지 총 1억5000여만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정보제공업체인 ‘엑스파나’의 달걀 가격 분석가인 카린 리스폴리는 “현재 미국 내 산란계 개체수는 3억마리 수준으로 지난 3개월 동안 10%에 달하는 30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며 “최근 구매한 병아리로 살처분한 산란계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려면 내년 중반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걀값 강세가 지속되자 달걀이 들어가는 메뉴에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식당도 생겼다. 와플·햄버거·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와플하우스는 3일부터 달걀이 포함된 메뉴에 50센트(700원)를 추가 청구한다고 공지했다. 와플하우스 측은 “AI 바이러스에 따른 달걀 품귀 현상 탓에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며 “달걀 공급이 정상화되면 추가 요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에선 수송 트럭 내 달걀이 송두리째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1월31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프랭클린 카운티의 한 달걀 공급업체 주차장에선 트레일러 안에 있던 4만달러어치의 달걀 약 10만개가 도난당했다.

혼란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유형의 AI가 처음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1월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농장에서 처음으로 H5N9형 AI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주로 확산하던 AI는 H5N1형이다.

USDA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는 이날 주 동물 건강 및 야생동물 관리 당국과 협력해 고병원성 AI에 대한 포괄적인 역학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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