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외국인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외국인은 체류 자격에 따라 전문인력, 단순기능인력(비전문 취업), 방문 취업,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기도 한다. 최근 발표한 결혼이민자는 18만 명 수준이며, 외국인 취업자 규모는 101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노동 시장과 지역 사회, 공공 서비스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지표다. 지금은 외국인 취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체계적 지원을 더 폭넓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계청·법무부가 외국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한국 생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자녀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자는 35.7%에 달했고,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도 17.4%로 나타났다. 특히 방문취업자의 차별 경험 비율은 46.7%로 높았다. 한편,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은 평균 3.4점이었으며,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한 비율은 전체의 20.8%, 전문 인력도 30.1%에 머물렀다. 이는 상당수 외국인이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일상생활뿐 아니라 교육, 의료, 안전 등 필수 영역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연구 기간 중 소속 대학이 제공한 영어 교육을 수강하면서 국적과 문화에 따라 언어 습득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역 사회에서 운영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자원봉사자인 강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지역에 대해 더 따뜻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한국에서 온 대학원생이었다. 그는 학문적 역량은 충분했지만, 생활 영어가 부족해 교육조교 업무를 맡을 수 없어 부모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아야 했다. 이는 언어 능력이 개인의 기회와 미래를 얼마나 크게 제한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국어 교실에서 자원봉사자로 중국, 스리랑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취업자와 배우자를 만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남아에서 온 30대 초반인 여성의 한국어 학습을 도왔다. 모음과 자음을 조금 적어본 것이 전부였고, 한국어로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학습 속도가 매우 빨랐다. 몇 주 후 우리는 한국어와 영어, 보디랭귀지, 메모, 그림을 섞어 소통할 수 있었다. 그는 세 살배기 자녀를 한국에서 잘 키우고 싶으며, 아이의 성장기 동안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이야기에서 과거 많은 한국 부모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향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경을 넘는 마음은 시대와 국적을 넘어 닮아 있었다.
수업을 마칠 무렵, 칠판에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나와 가족을 위한 것, 한국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길, 자국과 한국의 국제 협력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한국어를 익히느라 교실은 언제나 떠들썩하기 마련인데, 세 가지 의미를 설명하는 동안 교실 안은 갑자기 숙연한 분위기였다. 칠판을 촬영하는 휴대폰의 셔터 소리와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손길을 보며 그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와 맞물려 외국인 인력은 경제 활동과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취업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시급히 요구된다. 첫째, 외국인 취업자를 위한 체계적인 한국어 통합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둘째, 언어와 안전을 통합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행정, 의료, 교육 기관에서 다국어 안내 시스템과 생활 상담 센터를 확충하여 외국인의 안정적 정착을 도와야 한다. 넷째, 사회 문화적 포용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평가와 장기 전략 수립이 중요하며, 교육, 사회복지, 노동, 거주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하여 다문화 사회 통합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취업자와 그 가족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개인과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고, 산업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며, 사회 통합과 국제적 이해를 촉진하는 다차원적 의미가 있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은 외국인의 자립과 사회적 역할 수행을 돕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한 다문화 사회로 나가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박은숙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前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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