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중견 로펌 신장세 뚜렷
지평, 피터앤김, I&S, 가온, 그루제일 주목
리걸타임즈가 모두 16개 업무분야로 나눠 2024년 기업법무시장을 결산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최근 1년간 업무실적과 사내변호사 상대 설문조사 결과, 리걸타임즈가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취재 데이터 등을 토대로 업무분야별로 리그테이블을 완성하고, 주요 로펌에서 수행한 의미있는 딜 또는 사건을 통해 기업법무의 지난 1년을 조명하는 특집이다.
M&A 시장은 3분기 들어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경영권 분쟁이 확대되고, 소가가 큰 소송사건이 성장세를 보이는 등 로펌들이 주도하는 기업법무시장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상위 메이저 로펌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부티크 등 전문 로펌의 활약이 늘어나며 대형 로펌과 중소 전문 로펌의 이원적 구조로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것도 한국 법률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주목된다. 국제중재 분야에 특화한 법무법인 피터앤김, 인사노무 전문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조세 전문' 법무법인 가온, 해상 분야의 법무법인 세경과 선율, IP 부티크인 법무법인 그루제일 등이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성공한 부티크들이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지평과 바른, KCL 등 중견 로펌들도 사건 수임을 늘리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급적 많은 로펌과 사건, 딜 등을 소개하려고 했으나, 취재의 한계 등으로 미처 반영되지 못한 로펌과 업무내용 등이 있을 수 있음을 함께 밝혀둔다.
Corporate and M&A
주요 로펌의 M&A 변호사들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은 3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데 판단이 일치한다. 금리인하 등 금융시장 안정화에 따른 메가딜 증가, 공개매수나 리파이낸싱, 세컨더리 거래 등 다양한 유형의 거래 활성화, 그리고 Exit 압박 증가에 따른 매도자와 원매자간의 밸류에이션 눈높이 차이 감소 등이 M&A 거래 회복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기업들의 카브-아웃(Carve-out)을 통한 비핵심 사업 매각이나 계열회사 통폐합 등 사업 재편이 계속되며 M&A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급증
3분기 누적 블룸버그 집계에서도 한국 M&A 시장에서 총 2,203건, 997억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작년 3분기 누적 대비 거래규모(거래금액)가 약 1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함께 '역대 가장 많은 경영권 분쟁이 공시된 해'라는 표현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코스닥시장 상장회사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회사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해가 올 2024년 회사법 시장의 모습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기업자문그룹장인 안상현 변호사는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촉발된 경영권 분쟁 외에 상속 과정에서의 가족 간 갈등, 동업자 간 갈등 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었고, 금융회사에 대하여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는 등 분쟁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경영권 분쟁이 상시화되는 가운데 경영권 확보의 수단으로 공개매수가 이용되는 등 그 방법도 다양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집계 3분기 누적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3분기 누적 71건, 309억 7,600만 달러의 거래에 자문해 점유율 31.1%를 기록한 법무법인 광장이 김앤장을 제치고 거래규모 기준 1위를 차지, 4분기를 더한 2024년 최종 집계 결과가 주목된다. 그다음은 법무법인 세종, 율촌, 태평양, 지평, 기현의 순서.
거래건수 기준에선 김앤장이 가장 많은 거래를 수행한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움, 세종, 비트, 미션, 율촌, 디엘지의 순서로 '톱 10'을 형성했다.
세움, 비트, 미션, 디엘지 주목
광장 M&A 그룹은 "다양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효율적이고 정확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요청을 하더라도, 그 누구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광장이 수행한 주요 거래 중에선 SK이노베이션을 존속회사로, SK E&S를 소멸회사로 하는 흡수합병과 SK온을 존속회사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을 소멸회사로 하는 흡수합병 거래, 즉 SK 내 구조개편 관련 흡수합병 자문이 가장 먼저 소개된다. 본건 거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인 SK E&S를 흡수합병함으로써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 의미 있는 거래다.
3분기 누적 거래건수 1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거래에 자문한 김앤장은 투자기회의 모색 시점부터 거래의 성공적 종결뿐만 아니라 그 이후 PMI까지 M&A의 모든 단계에 있어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M&A 거래의 파워하우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도 다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적인 이해관계와 법률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크로스보더 M&A(Inbound 및 Outbound 포함)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김앤장 · 광장 자문
KKR의 에코비트 매각(거래규모 2조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이와 관련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1조 9천억원),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매각(1조 8천억원) 거래 등이 김앤장 업무파일의 앞자리에 나오는 주요 거래들이며, 김앤장은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거래에도 자문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거래에서 매수인인 에어인천을 대리한 곳은 법무법인 광장이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서 3분기 누적 25건, 25억 9,100만 달러의 거래에 자문하며 한국 로펌 중 거래금액 기준 6위에 랭크된 법무법인 지평 M&A · Corp 그룹은 "전통적 M&A를 넘어 그룹 내에 크로스보더, 바이오 · 헬스케어, 에너지, ESG, 컴플라이언스 등 전문영역의 별도 전문팀을 구축하고 해당 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자문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또 "새로운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공급망, 인권실사, 환경 · 사회 · 지배구조(ESG),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M&A 업무에 연결시켜 특성화된 자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주회사 효성의 분할 자문, 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설립한 PEF의 디엔솔루션즈 투자 자문 등 딜 자문과 함께 경영권 분쟁, 상법상 규제에 대한 자문 등이 돋보인다.
화우, 경영권 분쟁 활약
화우는 다올투자증권의 2대 주주가 올 2월 권고적 주주제안 규정 신설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의 건, 차등적 현금배당,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 등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이 포함된 주주제안을 한 것과 관련, 회사 측을 대리해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2대주주의 위와 같은 주주제안 안건을 모두 부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한미사이언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관여했다. 또 현대차 · 기아를 상대로 상법이 요구하는 준법유효성 평가 및 이사회 보고와 관련해 자문하고,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사회적 가치측정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수행했다.
2025년 M&A 시장도 현재의 추세가 이어져 본격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 미국 등 주요국의 선거 마무리와 지역적 · 경제적 분쟁의 피로감 등이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김앤장 M&A 그룹의 한 변호사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이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어 자동차용 2차전지,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국내외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풍부한 투자대기자금(Dry Powder)과 Exit 대기매물 등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PEF들도 활발하게 M&A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국내외 M&A시장은 회복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