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회사 편입 이어 내달 아시아나와 자회사 대표 등 경영진 선임
통합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제고 기대…운임 상승·소비자 편익 감소 예상
[화이트페이퍼=이승섭 기자]국내 대형항공사 간 첫 기업결합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11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12일부로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다음달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항공사들의 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을 선임할 계획이이다. 그런 다음 2년여간 독립 운영 기간을 통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문화 융합, 마일리지 통합 등의 화학적 결합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항공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경쟁력 위축으로 인한 항공권 가격 상승과 소비자 편익 감소 등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통합 항공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4년 가까이 이어진 세계 14개 '기업결합 필수 신고국'의 승인 절차는 이날부로 완료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최종 승인한 데 이어 미국 법무부(DOJ)가 신주 인수 이전까지 합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승인 결정을 내린 셈이됐다.
대한항공은 상법에 따라 신주 대금 납입일 하루 뒤인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상법에서는 납입 기일의 다음 날부터 주주(신주 인수인)의 권리·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16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이사에는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부산 신임 대표에는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상무)이, 영업본부장에는 송명익 대한항공 기업결합TF 총괄팀장(상무)이 거론되고 있다. 다른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 신임 대표로는 김중호 대한항공 수석부장이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새 경영진 체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2026년 말까지 자회사로 운영하며 양사 간 ‘화학적 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절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된 2026년말 이후부터다.
또 조종사 간 기수 정리를 비롯한 조직문화 융합과 인력 교류, 통합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 등도 필요하다.
나아가 통합 기간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개 LCC를 '통합 진에어'로 합치는 작업도 이뤄진다. 3사 통합 역시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국내 초대형 항공사 탄생이라는 데 의미가 적지 않다.
통합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화물 12대)를 합쳐 총 238대에 달한다.
매출과 자산 규모 등 몸집도 커진다. 작년 기준 양사 통합 매출은 21조1000억 원(대한항공 14조6000억 원·아시아나항공 6조5000억 원), 통합 자산은 42조8000억 원(대한항공 31조 원·아시아나 11조8000억 원)이다.
이로 인해 노선과 기단 운영의 글로벌 경쟁력이 향상되고, 중복 노선 간소화와 직원 교육 일원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지면서 보유 기단은 58대(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로 기존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넘어 LCC 선두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며 독과점 체제에 따른 운임 상승과 중복 노선 통폐합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지 감소 등의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통합 항공사는 알짜 노선과 선호도가 높은 스케줄을 모두 갖게 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