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12일부터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다. 1988년 이후 36년간 이어진 양대 국적 항공사 경쟁 시대가 저물고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시대로 바뀐다.
대한항공은 11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9%)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상법에 따라 신주 인수 납입기일 다음 날 효력이 발생해 아시아나항공은 12일부터 대한항공 자회사가 된다.
이르면 이번 주 임원인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후속 조치로 대한항공 수석부장 이상 관리자급 직원 20여명을 12월과 1월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한다.
임원급 인사는 이르면 이번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영업망 강화를 위해 영업통을 전진 배치한다.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송 대표 내정자는 내년 1월 아시아나항공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주요 해외 거점 지역 본부장 인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대표도 대한항공 임원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운항본부와 객실본부, 인사·재무·홍보 등 주요 부서에도 대한항공에서 파견된 관리자가 배치돼 2년간 양사의 통합을 준비한다. 이 기간에 인력 교류, 마일리지 통합과 새로운 기업 이미지(CI) 등 양사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작업이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2026년 10월 25일을 목표로 통합 항공사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가 해제되기 전날 양사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다. 보통 항공사는 서머타임 시작·종료일을 기준으로 운항 스케줄을 조정하므로, 이에 맞춰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합병 당시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아시아나항공 월급 올려준다
대한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임금 수준을 올리는 작업도 추진된다. 대한항공에 관계자에 따르면 “과장급 객실 사무장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 대비 기본급이 10% 이상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직 직원들의 경우 격차는 더 크다. 근속 10년차 직원의 기본급·성과급 기준 양사의 임금 격차는 20% 이상 벌어져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직원들에게 안전 장려금과 성과급을 포함해 기본급의 509%를 지급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안전 장려금 100% 지급에 그쳤었다.
합병 이후 경영 상황은 '먹구름'
합병 이후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환율 민감 업종이다. 항공기 리스(대여)비나 유류비를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3분기 보고서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33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때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환율 1400원 선을 넘어, 연내 1500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상승세도 변수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1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3100만 달러(약 443억6720억원) 손실을 보게 된다.